[취재수첩] 수백 가지 최저임금 일본 vs 하나뿐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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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수백 가지 최저임금 일본 vs 하나뿐인 한국

일본 혼슈 북부 아키타현은 2025년도 최저시급(1031엔)을 올해 3월 31일부터 적용했다. 작년 10월 1일부터 새 최저시급(1063엔)을 적용한 혼슈 중부 군마현보다 6개월이나 늦다. 아키타현은 일본 전국 평균 최저시급 인상액(66엔)보다 14엔 많은 80엔을 올린 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진 중소·영세 업체를 고려해 적용 시기를 늦췄다. 일본에서는 통상 매년 10월 새 최저임금을 적용하지만, 이번에는 평균 인상액이 역대 최대라는 점을 감안해 아키타현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적용 시점을 수개월 늦췄다. 적용 시점이 늦어질수록 최저임금 인상 폭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최저임금은 기업 등이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시급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한국과 처음부터 끝까지 다르다. 일본은 중앙정부가 각 지역을 경제 상황에 따라 A, B, C 등 3개 등급으로 구분해 지역별 인상 기준액을 제시한다. 각 지자체는 기준액을 참고하되 지역 상황에 맞게 최저시급을 결정한다. 올해 최저시급이 가장 높은 도쿄는 1226엔, 가장 낮은 오키나와는 1023엔으로 203엔이나 차이가 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역별 최저임금을 결정한 뒤 지역 내 노사 요청에 따라 특정 산업의 최저임금을 다시 논의한다. ‘특정 최저임금’이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업종은 인재 유치를 위해 더 높은 최저임금을 설정한다. 지역 전체에 적용하는 최저임금을 인상해 모든 기업에 똑같은 부담을 안기는 대신 특정 최저임금을 통해 지급 여력이 있는 업종에 한해 인상하겠다는 의도다. 일본의 최저임금이 수백 가지인 이유다.

한국에서 최저임금은 나라 전체, 모든 업종에 한날한시 일괄 적용된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 수준과 함께 노동계가 요구하는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급제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10%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최저임금제 보호 밖에 방치해 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중간지대 노동자인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적용할 때 벌어질 혼란 역시 불 보듯 뻔하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절충안으로서 힘을 얻는 이유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치밀한 논의 끝에 결정된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일본의 최저임금 미만율(실제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근로자 비율)은 2% 안팎에 그친다. 한국은 10%를 훌쩍 넘는다.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최저임금 구조를 이제 바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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