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3일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에 밀리면서 2900선을 내줬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여파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새 정부 출범 후 단기 급등한 데 따른 부담으로 차익 실현 매물까지 출회된 영향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41포인트(0.87%) 내린 2894.62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이날 0.36% 상승 출발했으나 약 10분 만에 하락 전환해 낙폭을 키워갔다. 이로써 새 정부의 내수·증시 부양 기대로 7거래일 연속 이어진 '허니문 랠리'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기관이 대규모로 물량을 비워내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610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장중 매수 포지션으로 전환해 1219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8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개인은 조정장을 기회로 삼아 4669억원어치를 담으면서 7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해종합지수가 각각 0.95%와 0.63%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일반적으로 일시적인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뿐 금융시장의 장기적 방향성을 바꾸지는 않는다"면서도 "국내 증시의 경우 최근 급격한 상승 랠리를 이어온 데 따른 차익 실현 압력으로 글로벌 증시에서도 다소 큰 낙폭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2.02%) 셀트리온(-1.89%) 현대차(-1.24%) 삼성바이오로직스(-0.97%) 한화에어로스페이스(-0.84%) 등이 내린 반면 HD현대중공업(1.91%) 네이버(0.8%) 신한지주(0.68%) KB금융(0.09%) 등은 올랐다. SK하이닉스와 두산에너빌리티는 보합으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가 시행 예정이었던 전기차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는 소식에 SK이노베이션(-3.04%) LG에너지솔루션(-2.63%) 삼성SDI(-1.54%) 등 2차전지주가 약세로 마감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자 풍산(22.15%) LIG넥스원(14.35%) 한국항공우주(7.96%) 등 방산주가 강세를 보였다. 또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운임 상승 수혜가 예상되는 대한해운(8.91%)과 HMM(5.22%) 등 해운주가 급등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0.59포인트(2.61%) 내린 768.8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닥지수 역시 0.41% 상승 출발했지만 5분 만에 하락 전환해 낙폭을 2% 이상 확대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350억원과 90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이 3364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중 대체로 하락했다. 리가켐바이오(-7.24%) 알테오젠(-6.09%) 에코프로비엠(-5.64%) 휴젤(-5.44%) 삼천당제약(-4.5%) 에코프로(-4.35%) 레인보우로보틱스(-4.15%) 펩트론(-3.32%) 리노공업(-2.35%) 클래시스(-2.28%) 등이 내렸다. 파마리서치(-17.11%)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단행한다고 발표한 이후 투자심리가 악화해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0.9원 오른 1369.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