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는 콜라를 만들지 않습니다.”
어처구니없이 느껴진다면 오늘 이야기가 흥미로울 거예요. 하루에 음료를 22억잔씩 파는 회사가 정작 콜라를 직접 만들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코카콜라 연간 사업보고서 ‘10-K’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코카콜라는 애틀랜타 금고에 130년째 꽁꽁 숨겨진 비밀 레시피에 따라 콜라 ‘농축액(Concentrate)’을 만들어요. 그리고 전 세계 ‘보틀링 파트너’에 판매하죠. 우리가 마시는 콜라는 농축액을 받은 파트너가 물과 탄산을 섞어 만들어요. 편의점, 식당 냉장고까지 유통도 파트너가 담당하죠. 한국 보틀링 파트너는 ‘LG생활건강’이 맡고 있어요. 이 시스템 덕에 코카콜라는 공장이나 설비를 직접 보유할 필요가 없어요. 자산을 가볍게 유지하는 ‘애셋 라이트(Asset-Light)’ 전략이죠.
보틀링 파트너 시스템은 1899년 두 사업가가 미국 전역에 콜라를 병에 담아 팔 수 있는 독점권을 따내면서 시작했어요. 당시 코카콜라는 병입 시장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단돈 1달러에 독점권을 넘겼죠. 두 공장을 세웠지만 미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엔 자본이 부족했던 두 사업가는 다양한 지역 사업가를 만나 각각 계약을 맺으며 해결했어요. 오늘날 이 파트너는 전 세계 225개로 늘어났고 공장도 900개 넘게 세워졌어요. 150년간 구축된 네트워크와 인프라 덕분에 경쟁사가 코카콜라를 따라 하기 어려워졌죠.
펩시콜라로 유명한 ‘펩시코’를 보면 왜 코카콜라가 농축액 사업만 고집하는지 알 수 있어요. 코카콜라가 판 원액에서 원가, 운영비, 마케팅비까지 모두 빼고 남는 돈은 전체 매출의 약 29%예요. 반면 직접 공장을 운영하는 펩시코 북미 음료 이익률은 8~9% 수준이죠. 100만원을 팔아도 실제 이익은 20만원 넘게 차이 나는 셈이에요. 펩시코는 낮은 이익률에 대해 “직접 병입하면 매출은 높지만 영업 마진은 낮다”고 해명하기도 했죠. 같은 음료를 팔아도 사업 구조에 따라 수익은 크게 달라집니다.
100년 넘게 사랑받은 코카콜라만의 비결은 뭘까요? 바로 마케팅이에요. 2025년 코카콜라는 벌어들인 290억달러 중 54억달러를 마케팅에 지출했어요. 회사 비전인 ‘사랑받는 브랜드(Loved Brand)’가 되기 위함이죠. 우리가 산타클로스 하면 떠올리는 붉은 옷과 덥수룩한 하얀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도 겨울철에 콜라를 팔기 위해 고안한 캐릭터예요.
코카콜라는 콜라 외에도 다양한 음료를 만들어요. 스프라이트나 환타 같은 탄산음료부터 생수(다나시), 스포츠음료(바디아머), 커피(코스타), 단백질 우유(페어라이프), 주스(미닛메이드)까지 200개가 넘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죠. 잭다니엘스와 손잡고 칵테일 시장에도 발을 들였어요. 코카콜라는 자신을 모든 음료를 아우르는 ‘종합 음료 회사(Total Beverage Company)’라고 설명해요.
완벽해 보이는 코카콜라, 아무런 문제도 없을까요? 여기서 사업보고서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있어요. 10-K에는 ‘위험 요인(Risk Factors)’ 항목이 있어서 기업이 약점을 솔직하게 털어놔야 해요. 코카콜라는 국세청 세금 분쟁이나 환율 위험, ‘설탕세’ 같은 위험을 밝히고 있어요. 그러니 사업보고서는 “우리 이렇게 잘나가요”만 알리는 홍보 책자가 아니에요. 사업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비전이나 경영 철학, 위험 등 다양한 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평소 즐겨 찾는 브랜드가 있다면 사업보고서를 한 번 열어보세요. 제품 뒤에 숨어 있던 비즈니스 세계를 마주하게 될 거예요. 배윤경 기자. 방예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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