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도·무역적자 축소 외쳤으나
열돔현상 겪자 중국산 판매 급증
에어컨 품절에 재고 알람 SNS도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의 ‘탈중국’ 전략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 됐다.
유럽연합(EU)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대중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중국산 에어컨을 사기 위해 줄을 서며 유럽의 딜레마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 등에 따르면 EU와 중국은 최근 브뤼셀에서 고위급 무역회담을 열고 오는 10월까지 무역 불균형 완화와 시장 접근성 개선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로 합의했다.
EU가 서두르는 이유는 무역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EU의 대중국 상품 무역적자는 3600억유로(약 636조3216억원)로 전년보다 15%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적자도 980억유로(173조2209억원)로 202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협상이 열린 시점과 동시에 유럽이 수십 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이면서 냉방 수요가 폭증했다. 소비자들은 앞다퉈 에어컨 구매에 나섰고, 상당수가 중국산 제품으로 몰렸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의 유럽형 이동식 분리형 에어컨 ‘포타스플릿’은 올해 주문량이 20만대를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를 기록했다. 독일에서는 포타스플릿의 실시간 재고를 보여주는 웹사이트가 SNS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아직 약 20%에 불과하다. 미국의 약 90%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앞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그 시장을 유럽 기업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유럽 에어컨 판매량 기준 상위 5개 브랜드 가운데 EU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메이디와 하이얼, 그리 등 중국 기업 3곳이 전체 시장의 약 32%를 차지했다. 일본 다이킨과 튀르키예 베코가 뒤를 이었다.
메이디는 유럽 규제를 정교하게 공략했다. 대표 제품은 건물 외벽을 뚫지 않고 창문 거치대만으로 설치할 수 있어 파리처럼 외관 변경을 제한하는 도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냉매도 프랑스 규제 기준 바로 아래 수준으로 맞춰 설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유럽이 직면한 구조적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지만,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중국 제품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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