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여러분과 (이곳에서) 보지 않을 겁니다.”
지난주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을 마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늘 그렇듯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꽂고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문 밖으로 향하는 그의 등 뒤로 몇몇 기자가 간헐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열광적이라기보다는 미지근했고 약간의 망설임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기자들이란 박수를 치는 존재가 아니다. 특히 중앙은행장이 박수를 받으며 나가는 일은 드물다.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전 의장은 그저 조용히 회견장을 떠났다.
중앙은행 독립성 응원
파월 의장의 통화정책이 버냉키나 옐런보다 좋았을까. 그렇게 보는 이는 별로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통화정책을 오래 담당한 존 힐센라스는 포천지에 파월 의장이 자기 직분에 충실하려 한 태도(스튜어드십)는 칭찬했지만, 정책 자체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사로 일한 파월 의장이 ‘수요 충격’인 금융위기 때의 대응 방식을 ‘공급 충격’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그대로 적용한 것을 실책으로 꼽았다. 돈 풀기 정책엔 순기능도 있었지만 역기능도 뒤따랐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파월 의장의 실언(2021년 8월 잭슨홀 연설)은 공급망 교란의 성격과 물가 상승 경로에 대한 잘못된 초기 판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파월은 ‘진짜로’ 떠나지도 않는다. 전임자들처럼 의장 임기 종료와 함께 이사직을 내려놓지 않고 후임 의장인 케빈 워시와 ‘불편한 동거’를 하기로 결정했다. 기자들의 박수 역시 파월 의장의 정책이 탁월하게 좋았다거나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파월 의장이 지키려 하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다.
워시, '거리두기'가 관건
차기 의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파월 시대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1972년 재선을 앞두고 있던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아서 번스 Fed 의장에게 금리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번스 의장의 개인 신념과 석유 파동, 정치적 압력에 따른 확장적 통화정책은 재앙적 결과를 불렀다. 6%대이던 물가상승률이 12% 이상으로 뛰어올랐고, 결국 후임인 폴 볼커 의장은 연 20%까지 정책금리를 끌어올려야 했다.
시장은 번스 시대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지표는 나쁘지 않고 물가는 상승세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으려면 저금리가 유리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리인은 스티븐 미란 이사 한 명이면 족하다. 의장이 대리인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이 받는 순간, 달러 가치와 미 국채 가치는 크게 흔들릴 것이다. 워시 의장 후보가 상원 청문회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한 것도 이를 알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의 여파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6월 FOMC에서 그가 충분히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시장은 그를 제2의 스티븐 미란이라고 여길 것이다.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은 실기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에서 때를 놓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미국이라는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시 의장’은 마지막 회견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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