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판에 박힌 말이지만 감회가 남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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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카이(사진=EMK엔터테인먼트) |
뮤지컬 배우 카이(43, 본명 정기열)는 1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소속사 EMK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팬텀’ 한국 프로덕션 10주년 공연에 출연 중인 소감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팬텀’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1910)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천재적인 음악 재능을 지녔으나 흉측한 얼굴 탓에 가면을 쓴 채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지내는 에릭(팬텀)과 천상의 목소리와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크리스틴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카이는 1991년 미국에서 탄생한 뮤지컬인 ‘팬텀’이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기여한 주역 중 한 명이다. 초연(2015) 때부터 타이틀롤 팬텀 역을 맡아 흥행몰이 선봉에 섰고, 3연(2018)과 4연(2021)에서도 같은 배역으로 활약했다.
5연에 해당하는 이번 시즌을 통해 또 한 번 팬텀으로 분하고 있는 카이는 “벌써 10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작품과 난 그대로인데, 세상은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연기에 임하는 마음은 초연 때와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인 카이는 “파리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서는 꿈을 꿨던 성악학도 출신이라 오페라하우스를 구현한 무대에 오르는 기분이 더 남다르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팬텀’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최신 주간 티켓예매액 순위 정상을 차지하는 등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카이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정통 예술로 잘 구현한 작품이라는 점이 ‘팬텀’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새 시즌 관극 포인트에 대해선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는 추세에 맞춰 대사와 넘버를 일부 잘라내 러닝타임을 10여분 정도 줄였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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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카이(사진=EMK엔터테인먼트) |
‘팬텀’은 역대 시즌 최대 규모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약 3000석)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존재인 팬텀 역을 소화 중인 카이는 “이전 시즌보다 무대 좌우 폭이 4m 정도 더 길어져서 심장 압박 강도가 세졌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다행히 실제 세트와 같은 크기로 만든 공간에서 연습한 덕분에 공연을 잘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공연은 오는 8월 11일까지다. 카이는 “‘팬텀’에는 누구나 자신의 아픔을 가면으로 덮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은유가 내포돼 있다”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과 사랑을 나누기에도 인생은 짧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작품이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카이는 2007년 ‘사랑은 비를 타고’를 통해 뮤지컬계에 입성한 뒤 ‘두 도시 이야기’, ‘드라큘라’, ‘마리 앙투아네트’, ‘아리랑’,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엑스칼리버’, ‘레베카’, ‘지킬앤하이드’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팝페라 가수 활동도 겸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월드투어 리사이틀을 성황리에 펼쳤다.
최근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 카이는 “아직 제 개인의 롱런 비결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면과 외면 관리에 힘쓰며 후회를 남기지 않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터뷰 말미에 지난 9일 열린 미국 토니상에서 6관왕에 올라 K뮤지컬의 저력을 알린 ‘어쩌면 해피엔딩’을 언급하면서는 “뮤지컬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카이는 “한번 물꼬가 터진 만큼 한국 뮤지컬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더 많은 관심을 얻게 될 것 같다”며 “앞으로 한국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