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50㎞도 안 통해…구속 혁명 맞춰 진화한 LG 타자들, ‘구속 1위’ 한화의 고전 이유 [SD 베이스볼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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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문보경이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KS 2차전 8회말 좌월 2점홈런을 치고 있다. 잠실|뉴시스

LG 문보경이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KS 2차전 8회말 좌월 2점홈런을 치고 있다. 잠실|뉴시스

투수의 구속이 빨라지면 타자도 그에 맞춰 진화한다는 걸 LG 트윈스의 타자들이 보여주고 있다.

LG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부터 2연승을 달렸다.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한 기운이 고스란히 이어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실전 감각의 측면에선 투수보다 타자가 사실 더 걱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시즌 최종전 이후 3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우리 타자들의 감각이 오히려 걱정됐다. 그럼에도 1차전에서 잘 출발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한화 투수들의 공이 치기 쉬운 건 절대 아니다. 한화는 올 시즌 포심패스트볼의 팀 평균 구속이 148.8㎞로 이 부문 1위다. 한화는 투수들의 빠른 공을 앞세워 팀 평균자책점(ERA·3.55)과 이닝당출루허용(WHIP·1.27) 모두 1위에 올랐다. 팀 타율 1위(0.278)의 LG도 한화를 상대론 타율 0.262로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진 못했다. 2010년대 메이저리그(MLB)에서 일어난 ‘구속 혁명’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한화가 앞장서 보여준 것이다.

26일 1차전에선 한화의 대표적인 강속구 투수 문동주를 공략한 게 통했다. 문동주는 시속 150㎞대 초중반의 포심을 뿌렸다. 구원등판한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선 최고 161.5㎞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선발등판 시 완급 조절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었다. 문동주도 “선발로 던졌으니 구속은 오히려 괜찮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평소보다 훨씬 빠른 반응력을 보인 LG 타자들에게 고전해 4.1이니 4안타 4실점을 남겼다. 신민재, 문보경은 150㎞대 초반의 공도 편안하게 타격했다.

빠른 공에 맞춘 훈련이 뒷받침됐다. LG 타자들은 지난 8일부터 11일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합숙하며 시속 160㎞의 공을 보는 훈련을 꾸준히 소화했다. 합숙 초반에는 피칭머신 안에 고무공을 넣어 타격하다, 막판에는 실제 야구공을 넣어 훈련했다. 15일 청백전을 마친 뒤 처음 피칭머신 앞에 선 김현수는 “(제이크) 디그롬이 던지는 줄 알았다”며 놀라기도 했다. 신민재는 “처음에는 공에 손도 대기 어렵다. 그땐 빠른 공을 눈에 익히기만 했는데, 합숙 기간 마지막에는 다들 잘 맞혔다”고 돌아봤다.

수싸움도 한몫했다. 타자가 빠른 공에 맞는 스윙 스피드를 갖추면, 투수는 유인구 위주의 승부로 돌파구를 찾는다. LG 타자들은 이에 맞춰 수싸움도 철저히 준비했다. 백미는 2차전에서 팔색조 투구의 에이스 류현진과 강속구 신인 정우주를 공략한 장면이다. 박동원은 류현진의 직구가 아닌 체인지업, 문보경은 정우주의 유인구를 참아낸 뒤 150㎞짜리 직구를 공략했다. 염 감독도 “직구 위주로 전력분석을 했는데, 막상 (박)동원이와 (문)보경이는 순간적인 판단을 잘 해내더라”며 놀랐다. 박동원은 수싸움에 대한 질문에 “우주의 기운이 따랐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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