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시대 막을 연 한국 탁구, 분위기 확 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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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6-16 오전 12:15:00

    수정 2025-06-16 오전 12:15:00

[광명=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탁구가 ‘프로화’라는 과감한 변신을 통해 더 높은 도약을 모색한다.

본격적인 프로탁구 시대 개막을 선언한 한국프로탁구리그(KTTL)가 15일 경기도 광명시 IVEX 스튜디오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남녀 단식 결승전을 끝으로 1차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열린 여자단식 결승전에선 이다은(20·한국마사회)이 두 살 동생인 이승은(18·대한항공)을 3-0(12-10 11-7 12-1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진 남자단식 결승에선 박규현(20·미래에셋증권)이 같은 팀 소속의 우형규(23·미래에셋증권)를 3-2(4-11 10-12 11-3 13-11 6-4)로 이기고 정상에 올랐다.

프로탁구리그 경기가 열리는 광명시 IVEX 스튜디오 특설경기장. 사진=프로탁구연맹

프로화는 탁구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여러 차례 프로 탁구 출범을 위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스폰서 문제, 내부 갈등 등이 발목을 잡았다. 2022년과 2023년 한국실업탁구연맹이 프로리그를 두 시즌 진행했지만 지속하진 못했다.

대한탁구협회는 아예 프로리그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한국프로탁구연맹을 창설했다. 연맹은 ‘프로’종목으로서 매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대회 운영에 큰 변화를 줬다.

과거에는 몇 개월간 한 곳에서 주 6일 단체전 리그를 치렀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리그는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높이기 위해 개인전에 집중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장소를 바꿔가며 개인전 토너먼트를 펼치는 방식이다. 9월에 2차전을 연 뒤 1∼2차전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11월에 ‘왕중왕전’격인 3차전을 치러 국내 최강자를 가린다.

경기장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본선 경기 때는 테이블 한 대에서만 경기를 치른다. 관중들이 한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경기가 열리는 곳은 일반 체육관이 아닌 넒은 공간의 전문 스튜디오다. 생중계에 최적화돼있다.

테이블 주변에 설치된 대형 LED 전광판은 선수들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마이크도 연결돼 라켓으로 공을 때리는 타격음은 물론 스매싱을 하기 위해 발을 구르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전달된다.

경기 시작 전 분위기는 마치 콘서트장 같다. 선수는 신나는 음악이 맞춰 환한 조명을 받으며 경기장에 나타난다. 장내 아나운서는 마치 UFC나 프로복싱 경기처럼 힘찬 목소리로 선수를 소개한다. 관중들도 야구장처럼 박수와 함성으로 열렬히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운다. 경기 중간중간에 DJ공연, 태권도 시범 등의 볼거리도 제공한다.

상금도 프로에 걸맞게 대폭 올랐다. 우승 1800만 원, 준우승 1000만 원, 3위 500만 원 등 총상금 1억 원이 걸려 있다. 상금 규모만 놓고 보면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시리즈 수준과 맞먹는다.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하면 아주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탁구 선수들에는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만하다.

현정화 한국프로탁구연맹 총괄 위원장은 “좋은 기량을 가진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파티 같은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면서 “프로 무대에서 선수들이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면 우리나라 탁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탁구는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 맞춰 중계방송도 새로운 플랜을 짰다. 별도 주관 방송사를 정하는 대신 자체 OTT 플랫폼인 유튜브로 중계한다. 동시에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OTT 시장 진입도 노릴 계획이다.

프로탁구리그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이다은이 대형 LED 화면을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프로탁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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