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키아 하나 주세요.” “잭슨 폴록이랑 루이스 부르주아 주세요.”
지난 7일(현지시간) 프리즈 뉴욕이 열리는 허드슨 야드의 ‘더 셰드’. 오전 11시 아트페어의 VIP 입장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2층의 한 코너로 달려가 줄을 서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 곳은 갤러리 부스가 아니다. 50여 명의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이 그려진 본차이나 접시를 한정 판매하는 ‘아티스트 플레이트 프로젝트(Artist Plate Project)’의 전시 및 판매 공간이다. 벽면에 전시된 접시는 한 작가당 250개만 제작돼 개당 250달러에 판매되는데, 수익금은 뉴욕의 노숙자와 저소득층 뉴욕 주민들을 위한 구호 활동에 쓰인다.
2020년 큐레이터인 미셸 헬먼이 공동 창립한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700만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150명 이상의 유명 예술가와 협업해왔는데, 2023년 프리즈 뉴욕과 손을 잡으며 화제를 모았다. 올해 알렉산더 칼더, 아모아코 보아포, 세실리 브라운, 신디 셔먼, KAWS, 키스 해링, 로버트 인디애나, 무라카미 다카시 등 미술 시장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접시 한 장만 구매해도 100명 이상의 노숙자와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뉴요커들 사이에선 “프리즈 뉴욕에 가면 가장 먼저 접시 부터 사자”는 말이 돈다고.
뉴욕시에는 매일 밤 4만3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약 12만 5000명이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미셸 헬먼은 “가장 취약한 가정과 개인에게 긴급 식량과 의류 지원, 임대료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가장 상업적인 아트페어 이벤트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을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현장에선 100개의 에디션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올해 제작된 나머지 150개의 에디션은 프리즈 뉴욕의 폐막일인 13일 오전 10시부터 ‘아트웨어 에디션’을 통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뉴욕 아트위크에서 뉴요커들을 매료시킨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명작 중의 명작만 모아 유럽박물관연합이 주최하는 최고 수준의 아트페어 TEFAF 뉴욕의 ‘굴 까주는 사람들’이다. 통상 아트페어에선 VIP프리뷰가 시작되는 첫날 샴페인 하우스의 다양한 샴페인이 제공되는데, 지난 8일 TEFAF 뉴욕이 열리는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선 관람객들 사이에 두 개의 양동이를 든 사람들이 부지런히 생굴을 까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 통에는 생굴이, 한 통에는 굴 껍질이 들어있는데 한 손에 안전 철장갑을 끼고 식초, 라임주스, 소금, 후추가 든 양념통을 능숙하게 깐 뒤 서비스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한 곳은 뉴욕에 본사를 둔 부티크 굴 케이터링 전문 회사 ‘레드 오이스터’다. 20년 간 가족 소유의 농장과 협력해 즉석에서 굴을 까주는 케이터링 서비스로 홈파티, 결혼식, 기업 행사, 아트 페어 등에 ‘오이스터테이터’라 불리는 직원들이 파견된다.
이날 만난 캐머런은 “가장 신선한 상태의 굴을 바로 껍질을 벗겨 하나씩 제공할 때마다 특별한 음식을 서빙하는 기쁨이 있다”며 “우린 행복한 순간에 잊지 못할 경험을 주기 위해 어디든 찾아간다”고 말했다. 뉴욕=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