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위기급' 성장률 전망에도 "금리 급하게 내려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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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성장률 1.5%→ 0.8%…금융위기 수준
이창용 "잠재성장률·유동성 환경 등 당시와 달라"
"건설경기, 성장률 하락 주범… 하반기 저점으로 회복"
시장선 연내 2회 추가 인하 전망…1%대 금리는 "힘들것"

  • 등록 2025-05-29 오후 6:03:20

    수정 2025-05-29 오후 7:02:09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종전보다 0.7%포인트 낮춰 잡았다. ‘역대급’으로 부진한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활짝 열어뒀다. 그럼에도 추가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시장에선 ‘중립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금통위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올해 성장률 0.8% 예상…건설경기가 성장 발목 잡아

한은은 2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로 25bp(1bp= 0.01%포인트) 내리면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5%에서 0.8%로 낮췄다. 한은 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관세율이 올해 말까지 상당 폭 인하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도 올해 성장률은 0.9% 수준으로 1%를 밑돈다.

전망치를 2월 전망대비 대폭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원인은 우려했던 수출 둔화가 아닌 건설 경기 침체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건설투자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 정도인데, 건설 경기 침체 심화로 감소 폭이 커지면서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민간 소비 부진은 0.15%포인트, 수출 둔화는 0.2% 포인트 성장률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이번 전망대로 0.8%에 그친다면, GDP 통계 작성 이래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과 함께 역대 다섯번째로 성장률이 낮은 해가 된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5.1%였으며,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 -1.6%,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직후인 2020년 -0.7%를 각각 기록해 역성장했다. 이어 1956년에는 전쟁 후유증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정책 등으로 0.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총재는 팬데믹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2008년의 경우 잠재성장률이 3%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 이하로 떨어지고 있고, 경기 변동폭은 과거보다 커지는 등 한국의 기초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이 총재는 “1% 이하로 성장률이 떨어지거나 역성장할 가능성이 기계적으로 굉장히 커졌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역성장을 할 확률이 약 5%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그 확률이 평균적으로 거의 14%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유동성 측면에서도 현재와 당시가 다르다고 봤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지금 시장 유동성은 충분한데,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춰 유동성을 더 공급하면 코로나19 때의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당시 금리가 연 0.75%까지 떨어지자 ‘영끌’(한계까지 대출해 집을 사는 것을 이르는 표현)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하반기부터 내수 회복 전망…“연말 금리는 2% 수준”

한은은 현 추세대로라면 민간소비는 1분기를 저점으로 개선되고, 건설 경기는 올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회복될 것으로 판단했다. 수출의 경우 올해 2월의 기본 전망보다 높아진 미국 관세율의 영향으로 둔화폭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총재는 “민간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1분기 실적이 부진했던데다 2분기 회복세도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라며 “2월에는 대미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5~10%의 관세율이 부과될 것으로 가정했는데 지금은 미국의 교역대상국 전체에 대해 최소 10%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되고 대중 관세율도 2월에 비해 여전히 높아 수출 둔화폭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0.8%에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는 0으로, 내수(소비+투자)가 0.8%포인트를 기여할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에는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1.9%포인트로 급등하는 반면, 순수출 기여도는 관세 영향 확대로 -0.3%가 될 것으로 예상돼 성장률은 1.6%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총재가 최종금리 하향을 시사한데다 올해 성장률 하락 압력이 거센 만큼 시장에서는 한은이 하반기에 2회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가 ‘금리 경로가 2월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올해 분기별 0.25%포인트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과 11월 추가로 25bp씩 금리를 인하해 연말 기준금리는 2%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총재가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아끼면서도 내년도 성장률이 1.6%로 반등한다는 점을 들어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경기 진작의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3개월 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하면서도, 금통위원 전원이 금리 결정이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면서 결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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