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빅데이터 기술로 발전소 '유연 운전'…발전효율 높였다

3 weeks ago 2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한전 제공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한전 제공

탄소중립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햇빛이나 바람 등 신재생에너지는 자원의 특성상 발전량이 들쑥날쑥하다. 이는 전체 발전량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0년간 ‘고정부하’ 방식으로 운영하던 대형 화력발전소의 운전 방식에도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한 ‘유연 운전’

한국전력은 고정부하 방식의 기존 화력발전소를 ‘유연 운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재생 발전량이 많이 증가하는 낮 시간대는 적게 생산하고, 신재생 발전량이 감소하는 야간엔 부하를 늘리는 방식이다. 40~100%까지 발전량을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유연 운전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발전기 설비의 수명이 단축되고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며, 고장 가능성도 커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고장을 예방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발전소에 설치된 2만~5만 개의 센서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활용하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한전은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 운영시스템(IDPP)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발전소 운전·정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설비 상태를 예측하고, 고장을 최소화하며, 운영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IDPP는 2017년부터 발전 5사와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고, 수년간의 연구·검증 과정을 거쳐 현재 안정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능형 응용프로그램(앱)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다. IDPP의 기술적 특성으로는 ‘실시간성’이 있다. IDPP는 발전소 센서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초고속 처리한다. 해외 상용 솔루션에 비해 약 250배 이상 빠르다는 게 강점이다. AI 활용성도 뛰어나다. AI 분석에 최적화된 데이터 품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상호 연관성이 있는 센서들을 그룹화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구조화 프로세스를 통해 서로 다른 센서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전은 “기존 해외 상용시스템이 데이터 저장·보관 중심에 머무는 반면, IDPP는 데이터 클라우드와 앱을 통합한 플랫폼으로 현장 맞춤형 활용과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IDPP로 2000억원 절감

한전은 이 시스템을 발전 5개 사의 총 7.3GW(기가와트) 설비에 적용했다. IDPP가 발전 5개 사가 운영하는 발전소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설비 상태를 자동 진단하고 이상 상황을 예측했다.

IDPP 플랫폼은 발전사별로 1.5초에서 5초 간격으로 태그(Tag) 데이터를 수집하며, 수집 주기는 데이터 제공 시스템의 사양에 따라 조정된다. 현재 발전 5사의 총 28개 호기에서 데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총 약 47만 개의 태그 데이터를 다룬다.

한전 데이터센터에서는 발전 5사의 연구 대상 발전소 16호기를 선정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계하고 있다. 남동발전의 2호기는 1.5초 주기로 하루 34억 건(30GB) 등 하루 총 94억 건(85GB)에 달하는 데이터를 운영한다. 제공 데이터에 대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 품질인증(DQC-V)을 받은 결과 최고등급을 획득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인증시험에서는 데이터 누락률이 0%라는 것을 검증받았다.

AI 기반 IDPP 애플리케이션은 석탄발전소를 대상으로 총 16종이 개발·적용되었다. 이 앱들은 성능감시, 조기경보,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AI 분석 솔루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발전설비의 고장을 예방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표준복합발전소인 김포열병합 발전소에는 총 7종의 앱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국산 가스터빈 기반 가스복합발전소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며, 주요 기기의 상태 감시, 진단, 예측, 평가를 기반으로 최적 운전 기술을 지원한다. 부분부하 성능 예측 솔루션, 발전량 예측 솔루션, 압축기 성능 최적화 솔루션 등도 포함된다.

IDPP 도입은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발전소의 전체 발전 효율은 약 0.29% 향상됐다. 연간 185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전력시장 기준 약 1961억 원어치의 전력에 해당한다. 한전은 연간 약 640억 원의 전력 구입비를, 발전사는 약 90억 원의 유지보수비를 절감할 수 있다.

환경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 기후변화로 발전소 기동·정지 횟수가 연간 1~3회에서 약 50회로 증가한 가운데, IDPP를 통해 수소·암모니아 혼소 운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현장에서 제기된 개선 아이디어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신속히 반영할 수 있어 미래 발전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기술 개발 나서는 발전자회사

발전 5사들도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남부발전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자체화하기 위해 기존 4호기에 국한되어 있던 IDPP 적용 범위를 전체 15호기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기술 역량을 갖춘 학습조직을 구성하여 12종의 발전설비 감시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했으며, 현재 4기의 학습조직이 운영 중이다. 향후에는 IDPP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프라 설비를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다.

서부발전은 발전회사 최초로 발전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했다.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창업 및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사내·외 챌린지와 산·학·연 협력을 통해 AI 솔루션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부 AX 이노베이션센터’를 중심으로 발전데이터 활용 솔루션의 사업화를 위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강화하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발전 운영에 특화된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AI 솔루션의 가치를 높여 매출 증대까지 이어가고 있다.

남부발전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자체화하기 위해 기존 4호기에 국한되어 있던 IDPP 적용 범위를 전체 15호기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기술 역량을 갖춘 학습조직을 구성하여 12종의 발전설비 감시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했다. 남부발전은 향후 IDPP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프라 설비를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다. 남동발전은 ‘발전소 AX(AI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전담 조직을 구성해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발전소 운영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