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조종하는 '몸통' 못잡아…피해액 94%는 돌려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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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검거한 피싱 범죄자 중 상부 조직원 비율은 약 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상 능력이 없는 하부 조직원만 검거돼 사기 피해금 회수율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보이스피싱 피의자 1만5286명 중 조직 총책이나 관리책 등 상선 비율은 329명으로 전체의 2.2%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2만1833명 중 1.92%인 420명만 상선으로 검거됐다. 이에 비해 범죄 수익금 인출책, 전달책 등 하부 조직원은 3617명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불법 리딩방, 로맨스스캠 등 다른 사기 범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선 검거가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사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상선은 텔레그램 등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를 통해 지시를 내리고, 가명을 사용해 신원을 철저히 감춘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캄보디아, 태국 등 해외를 거점으로 삼은 사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범죄 수익금을 국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등 발각되기 쉬운 역할을 맡은 말단 조직원만 주로 검거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가 피해금을 돌려받기는 어렵다. 수사기관이 기소 전 추징 보전 등 범죄 수익 환수에 나서도 하부 조직원이 챙긴 몫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하부 조직원은 통상 범행 건별로 수당이나 월급을 받는 구조”라며 “범죄 수익금 대부분은 수차례 세탁돼 소수의 상부 조직원 주머니로 흘러간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사기 범죄 피해액 18조2045억원 중 회수된 금액은 1조1526억원으로 전체의 약 6.3%에 불과했다.

피해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부 조직원을 상대로 배상명령신청 등 법적 대응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배상명령제도는 사기 등 재산범죄 피해자가 별도 민사소송 없이 형사재판 중 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소송촉진법 제25조는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았거나 배상 책임 범위가 불분명한 경우 배상명령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법원의 배상명령신청 인용률은 30% 수준에 머무른다. 홍민호 법률사무소 한서 변호사는 “사기 범죄 형사재판에서 피의자 대부분이 수거책, 인출책 등 하부 조직원이어서 이들에게 피해금 배상 책임을 묻기는 법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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