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 - 공무원을 일류로>
행시 폐지해 기수문화 타파
외부 수혈로 전문성 높여야
반복되는 알박기 인사 구태
차라리 美스케줄F 도입해야
성과중심 인센티브 확대하고
뇌물 등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정부를 운영하는 공직사회는 그동안 정권 변화에 따라 국정 운영과 정책 방향 등에서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탔다. 정치적 입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직사회를 위해선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직개혁 화두는 주요국도 예외가 아니다. 공직개혁을 기치로 내건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개혁을 벤치마킹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에선 기수와 서열을 앞세우는 고시 출신 위주의 조직문화, 민간과 단절된 인사 운용은 급변하는 정책 환경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업무 창의성을 억압하는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매일경제는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면적인 시스템 대전환을 이루자는 5가지 제안을 마련했다.
먼저 연공 서열을 중요시하는 행정고시를 대체할 한국판 대통령공공관리인턴(PMI) 제도를 마련하면 성과와 전문성 중심의 고위직 인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매년 공공정책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석박사 출신들에게 연방정부 채용의 길을 열어준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다양한 인재를 여러 경로로 발탁하자는 것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고위 공무원들의 정책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수로 똘똘 뭉친 고시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국내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실물경제 감각을 갖춘 리더십이 절실하지만, 현재 부처에 기업인 출신 장관은 단 한 명도 없다. 미국에선 소로스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출신인 스콧 베선트를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영국은 사이버 보안기업 다크트레이스를 창립한 포피 구스타프슨을 투자 담당 장관으로, 독일은 기술기업 세코노미의 최고경영자(CEO) 출신 카르스텐 빌트베르거를 디지털부 장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한국경영학회장인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부총리직을 신설하고 기업인 출신을 임명한다면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구개발 및 산업 정책을 시장지향적 관점에서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부패 역시 한국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남아 있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은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5년간 공무원의 금품 비리만 총 418건이 적발됐다. 공직자 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직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긴장감과 책임성을 높이는 취지에서 제재와 보상을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고위 공직자의 금품수수나 채용비리 등 중대 비위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하면서, 국가 경제성장과 연동된 성과급 체계를 설계해 책임의식을 부여하는 식이다.
알박기 인사 문제는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21대 대선을 앞두고 새로 선임된 공공기관장 수만 50여 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책을 책임 있게 추진하게 하는 엽관제의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엽관제는 정권 창출의 기여도 등에 따라 인사를 임명하는 제도로, 고위 정무직 공무원을 일괄 교체해 신구 권력 간 소모적인 정쟁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직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데 활용하는 행정명령 ‘스케줄 F’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규제 공화국’ 오명을 벗기 위해선 규제 하나를 신설할 때 기존 규제들을 없애는 한국판 ‘텐포원 룰’(규제 1개 도입 시 10개 철폐)을 도입하는 규제개혁이 시급하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은 10분의 1로 규제를 줄여도 여전히 규제가 강한 나라”라며 “특히 신기술 분야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모든 정책에서 일괄적으로 규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