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혐오하는 일부 뉴욕 부자들이 자녀들의 유럽 명문 사립학교 유학을 적극 추진 중이다. 자녀들이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벌어지는 정치사회적 혼란을 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초 유럽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 11곳이 맨해튼 부촌으로 통하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학교 설명회를 개최했다. 밀턴 애비 스쿨, 베넨든 스쿨, 웨스트민스터 스쿨 등 내로라하는 유명 사립학교들은 2시간 동안 유럽에서 유학하는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런던 템스강에서 조정, 해리포터에서나 등장하는 천장 높은 식당, 알프스에서 스키 등 여러 장점들이 소개됐다. 학비는 맨해튼의 사립학교 연간 비용인 7만달러(약 1억원)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었다.
블룸버그는 설명회 참가자들이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유럽 유학의 장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벗어나는 것도 손꼽혔다고 전했다. 개별 대화에서는 트럼프 요인이 유학의 핵심 이유라는 설명이었다.
레이철 베일리 베넨든 스쿨 교장은 ‘미국 행정부의 변화’와 ‘지정학 트렌드’로 인해 올가을 미국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가이 홉킨스 웨스트민스터 스쿨 입학 담당자는 “미국 교육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만족하지 않는 미국인들이 많다”고 이번 설명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유럽 명문 사립학교 설명회를 주최한 넥스트 스텝 에듀케이션은 미국에서 처음 이 같은 행사를 열었다. 과거 두바이나 싱가포르 등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엔 학부모들 요청에 따라 뉴욕에서 개최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웰리슬리 넥스트 스텝 에듀케이션 회장은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실히 (설명회 주최) 요인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울러 “기술이 자녀들의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영국 학교의 엄격한 전통이 매력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영국 사립학교는 최근 해외 유학생 모집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여당인 노동당이 사립학교 학비에 2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함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입학생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샤어 쿠퍼 실레이스 씨는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것 때문에 유럽 사립 유학을 검토 중”이라면서 “미국 내 격화되는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럽 사립학교 설명회는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음에 따라 내년 봄엔 뉴욕에서 더 큰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