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 "이시바 외교 이재명과 일맥상통…동북아 평화 기회"

10 hours ago 1

/사진= 호사카 유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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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시바 시게루 정권의 외교적 노선은 동북아 안정을 추구하며 중국·북한에 전향적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양국이 협력한다면 한·일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 집권 후 한·일 관계 전망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중 경쟁과 미·북 대화 등 굵직한 이슈들로 격변이 예상되는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호사카 교수는 특히 미국과 관계에서 한·일이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내다봤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 정부로부터 비슷한 수준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고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참고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의견 교환을 한다면 국익을 지킬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시바 일본 총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달리 미국에 무조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웃으며 얘기를 하고 나왔지만, 실무진들은 무역 관련 일본의 주장을 담을 메시지를 상대편에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내부에서도 미국 자동차가 팔리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일본의 자동차 시장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등의 카드를 통해 끈질기게 협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시바 정부는 중국·북한과의 관계도 전향적으로 풀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시바 총리는 1970년대 중·일 국교 정상화를 이뤄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제자"라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해온 사람들이 내각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시바 총리는 가까운 시일에 시진핑 중국 주석을 국빈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고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수 차례 회담을 하며 관계 개선을 얘기해 왔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그동안 일본의 반대로 제자리걸음을 했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 협력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은 이미 FTA가 있는데 이를 확대하자는 논의는 그동안 실무적으로는 진행돼왔다"면서도 "미국과 안보 동맹 관계 때문에 차질이 예상되지만 미국을 강력하게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적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과 일본의 관계 역시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전 정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른바 '스몰딜'을 막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해 로비를 펼쳤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 전 정부는 미·북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만 관철하는 합의에 반대했다. 한국과 일본이 여전히 북한의 중·단거리 핵 미사일 위협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사카 교수는 "이시바 정권은 대화를 통해 점진적 긴장 해소를 이룰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수교를 타진할 수 있다"라고도 내다봤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돼야 북일 수교 가능하다는 아베 전 정부의 노선과 달리 이시바 정권 내에선 북·일 수교를 먼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수교를 하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달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한·일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참의원(상원) 의원의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을 교체하는 선거를 치른다. 호사카 교수는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하면 이시바는 물러나야 하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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