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고온서 강한 女… 男보다 에너지-수분 소모 적다

1 day ago 2

알래스카 스키대회 등 비교 연구
총부하 대비 에너지소비량 측정… 여성이 남성보다 대사 효율 높아
체력-근력 등 남성이 우위지만… 환경 혹독해질수록 격차 줄어
극한 환경 회복력-수분 유지 등… 신체 생리 구조상 여성이 유리

근력이나 힘, 체격이 여성보다 우월한 남성이 극한(익스트림) 스포츠에서 우위를 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알래스카 산맥의 스키 코스에서 스키어가 뛰어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근력이나 힘, 체격이 여성보다 우월한 남성이 극한(익스트림) 스포츠에서 우위를 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알래스카 산맥의 스키 코스에서 스키어가 뛰어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근력이나 힘, 체격이 여성보다 우월한 남성이 극한(익스트림) 스포츠에서 우위를 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여성이 극한 환경에서 남성과 비슷하거나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혹한 속에서 펼쳐지는 알래스카 스키 원정 대회를 통해 성별에 따른 생리적 회복탄력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다. 익스트림 스포츠뿐 아니라 혹한기 군사 작전과 같은 혹독한 임무 수행에서도 여성의 생리적 적응력에 주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버트 코커 미국 몬태나대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생리학 프런티어(Frontiers of Physiology)에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2023, 2024년 북미 알래스카 북부에 위치한 브룩스 산맥에서 열린 스키 원정 대회에 참가했다. 연구팀은 여성 8명, 남성 12명 등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과 수분 대사, 체성분 변화를 분석했다. 참가자 평균 연령은 여성 41세, 남성 38세였으며 체질량지수(BMI)는 남성과 여성 모두 약 22.7 수준으로 비슷했다.

연구팀은 이중 표지 수법을 활용해 실제 원정 기간 동안 총에너지소비량(TEE)과 수분 소모량을 측정했다. 이중 표지 수법은 체내에 안전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주입한 뒤 소변 내 배출 속도를 분석해 에너지 소비를 추정하는 측정법이다. 체성분 분석에는 몸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낸 뒤 저항을 측정해 체지방, 근육, 수분 등을 알아내는 생체 전기 임피던스 방식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여성의 하루 총에너지소비량은 평균 20.8MJ(메가줄)로 남성 하루 총에너지소비량 31.1MJ보다 확연히 낮았지만 근육 등 제지방량(신체에서 지방을 제외한 뼈, 근육, 장기 등의 무게)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남녀 간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총부하 대비 에너지소비량’이다. 총부하란 체중과 배낭 무게를 더한 수치다. 총부하를 기준으로 환산한 에너지소비량은 여성이 더 낮게 나타났다. 같은 무게를 지고 같은 환경에서 같은 거리를 이동했을 때 여성의 대사 효율성이 더 높았다는 뜻이다.

수분 대사에서도 여성의 강점이 일부 관찰됐다. 극한의 추위 속 물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여성 참가자들은 수분 손실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특히 고온 환경에서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도 전체 수분 소모가 줄었다. 연구팀은 “체온 유지와 수분 보존 전략 측면에서 여성이 생리적으로 유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여성의 단순한 스포츠 능력을 넘어 생리학적 복원력에 주목했다. 실제 군사 작전을 할 때 여성 병력이 남성과 유사한 신체 부담을 지고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연구팀은 “수치로 따지면 체력, 근력, 지구력 등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10∼30% 우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속 시간이 길어지고 환경이 혹독해질수록 성별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이 에너지 대사 효율성과 수분 유지 측면에서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이는 것은 생리적 구조와 환경 적응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제 극한 환경에서 측정한 데이터는 또 있다. 알래스카 스키 원정 대회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마라톤’으로 알려진 유콘 북극 울트라마라톤(YAU) 등의 사례에서도 여성 참가자들이 남성과 유사한 완주율을 보인 바 있다. 체지방이 더 많은 여성일수록 극한 환경에서 체온 유지에 유리한 경향이 관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향후 혈액, 근육, 지방조직 등 다양한 생체 시료를 기반으로 성별에 따른 에너지 대사와 근육 회복 메커니즘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추위 적응 메커니즘이나 성호르몬 변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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