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이란 제압한 트럼프·네타냐후…몰락 위기 몰린 하메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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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갑작스럽게 참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부수가 일단 성공했다. 벙커버스터를 투하해 이란의 핵 시설을 상당 부분 파괴하면서 이란을 굴복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반격은 미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앞세워 ‘숙적’ 이란을 거의 꺾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이란이 ‘종이 호랑이’로 드러나면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힘을 통한 평화’ 보여준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SNS로 양측의 휴전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 ‘힘을 통한 평화’ 등의 내용을 담은 이미지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또 “이스라엘과 이란이 거의 동시에 나에게 와서 ‘평화!’라고 말했다”며 “나는 지금이 바로 그때(휴전할 때)임을 알았다”고 했다. 또 “세계와 중동이 진정한 승리자”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참전 결정은 명분이나 과정 측면에서는 논란이 될 부분이 적지 않다. 어떤 정보에 의거해 판단했는지도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국방부와 정보기관 수장들에 대한 불신을 내비친 것을 감안하면,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만으로 전쟁에 참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의회와의 논의는 고사하고 제대로 통지조차 하지 않은 탓에 의회에선 탄핵 사유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참전 반대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다섯 차례 핵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 이란 문제에 벙커버스터 투하로 전격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큰 성과다. 미군의 희생이 따르기 쉬운 지상전 없이 벙커버스터 14발, 토마호크 미사일 20발만으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가성비 최고’의 전쟁을 치렀다고 볼 수 있다. 관세협상,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등 주요 이슈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던 트럼프 정부로서는 힘을 통한 평화의 실체를 보여주고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정치적 반전 만들어낸 네타냐후

네타냐후 총리도 이번 전쟁의 ‘승자’로 꼽힌다. 힘이 약해진 이란에 선제공격을 가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에 끌어들였다. 벙커버스터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2주간’ 시한을 주자 “너무 길다”며 JD 밴스 미국 부통령 등과 통화해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또 미국 없이 자체 공격할 수도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작전이 성공한 뒤엔 미리 녹화해 둔 영상을 통해 “역사를 바꿀 담대한 결단”을 극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각종 비리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그는 이 전과로 극적 반전을 이뤄냈다. 여론의 지지가 강해지면서 총리 연임 전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이란 공격이 네타냐후의 정치적 재기를 굳혔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이 이스라엘 국민에겐 네타냐후의 승리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많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이 성공은 ‘안보 수호자’로서의 네타냐후 명성을 되살리고 재선 가능성을 높이며, 앞으로 몇 주간의 상황 전개에 따라 그의 역사적 유산을 더욱 공고화할 수도 있다”고 썼다.

네타냐후의 정적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제1야당인 예시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조차 이날 “네타냐후가 이 순간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것은 네타냐후에게도 성공이고, 트럼프에게도 성공이며, 자유세계에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정치 기반 상실 하메네이

반면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졌다. 선출직 대통령 위에서 군림하는 형태로 권력을 누려온 그는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이스라엘의 반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서열 1위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당하고,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궤멸 상태에 이를 때까지 손을 쓰지 못했다. 지난 13일에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주요 지도부가 침실에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21일 미국이 포르도 등을 공습한 후에도 미사일을 쏘는 수준에 그쳤다.

오랜 경제제재 속에서 구식 무기의 한계와 뒤처진 정보 역량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농축 우라늄을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핵 개발에 나설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86세로 고령인 하메네이는 최근 사망이나 암살에 대비해 후계자 셋을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이란의 신정체제 자체가 바뀔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이스라엘 전쟁을 계기로 최고지도자의 권위가 약화된 데다 하메네이 본인이 더 이상 통치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이란 내 정치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등 이른바 ‘개혁파’에 좀 더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주완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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