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고, ‘7회 우승’ 야구명문 꺾어
창단 10년만에 첫 8강 진출 기염
경기고도 우승 1순위 대구고 제압
홈플레이트 위에 쓰러져 있는 박보승 옆으로 물금고 선수들이 달려 나와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자축하기 시작했다. 2015년 창단한 물금고는 이날 경남고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8강에 진출했다.
물금고가 12일 시작된 제7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전에서 대이변을 연출했다.
물금고는 이날 서울 양천구 신월야구장에서 경남고를 6-5로 꺾었다. 물금고는 1회말부터 5득점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경남고 선발투수 신상연(18)의 제구력 난조 속에 무사 만루 기회를 얻은 물금고는 박현준(18)의 몸에 맞는 공, 김기환(19)의 볼넷으로 밀어내기로만 2연속 득점했다. 이어서 윤지유의 2타점 적시 2루타와 노진모(18)의 적시타로 5-0까지 격차를 벌렸다. 다만 계속된 무사 1, 3루 찬스에서 김준우(17)의 3루 직선타가 삼중살로 연결되면서 더 달아나지 못했다.급한 불을 끈 경남고는 3회초 박보승의 3점 홈런, 5회초 김준안(18)과 이호민(17)의 연속 적시타로 5-5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물금고는 5회말 1사 1, 2루에서 예은찬(17)이 적시타를 쳐 다시 한 점을 앞섰다.
리드를 잡은 물금고는 7회초 1사 1루에서 에이스 남해담을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무피안타 행진을 이어가던 남해담은 9회초 2사 후 박보승에게 이날 3루타로 첫 안타를 허용했으나 박보승이 홈에서 객사하면서 승리를 지켰다. 남해담의 이날 성적은 2와 3분의 2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이었다.
지난해까지 경남고에서 뛰었던 포수 윤지유는 타석에서도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친정팀을 울렸다. 강승영 물금고 감독은 “어려운 상대인 경남고를 1점 차로 이긴 만큼 선수들 사기가 많이 올랐다. 분위기를 한번 타면 걷잡을 수 없는 팀인 만큼 더 높은 곳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회 전 프로 스카우트들로부터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대구고도 16강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대구고를 침몰시킨 팀은 1905년 창단해 국내 고교야구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경기고였다. 경기고 4번 타자 이동건(18)은 1회초, 3회초 연속 적시타를 치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4-3 승리에 앞장섰다. 대구고는 9회말 이재준(18)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하며 한 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이어진 2사 2, 3루에서 대타 양서진(18)이 3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경기고가 황금사자기 8강에 오른 건 준결승에 진출했던 2018년 대회 이후 7년 만이다. 경기고는 2000년 이후 2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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