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이 4개월 만에 전년대비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수입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상향키로 하는 등 관세 압력을 강화하고 있어 충격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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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미나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5월 우리나라 수출액이 572억 7000만달러(약 79조원)로 전년대비 1.3%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올 1월 이후 4개월 만의 월간 수출액 전년대비 감소다.
철강·자동차를 중심으로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기간 대미 수출액은 100억 5000만달러로 전년대비 8.1% 감소했다. 특히 25%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18억 4000만달러)와 철강(2억 2000만달러) 수출액은 각각 32.0%, 20.6% 감소했다.
5월 전체 자동차 수출(62억달러)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부진 속 전년대비 4.4% 줄었다. 같은 기간 대유럽연합(EU) 자동차 수출(5억 7000만달러)이 전년대비 37.6% 늘어나는 등 미국 외 지역에서 선전했지만 미국 시장 부진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철강(25억 6000만달러·12.4%↓)와 자동차부품(16억 6000만달러·9.4%↓) 등 미국으로부터 25% 관세를 부과받은 품목 수출 역시 큰 폭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배럴당 60달러대 초반까지 내린 국제유가도 5월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석유제품(35억 8000만달러)과 석유화학(32억 4000만달러) 수출액도 전년대비 각각 20.9%, 20.8% 감소했다. 석유제품 수출 부진을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104억 2000만달러)와 대아세안 수출(100억 1000만달러)도 전년대비 각각 8.4%, 1.3% 감소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선전이 그나마 전체 수출 감소 폭을 줄였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137억 9000만달러로 5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라 DDR 4·5, 낸드 등 주요 반도체 시세가 오른 데 힘입은 결과다. 무선통신기기(13억달러·3.9%↑)와 컴퓨터(10억달러·2.3%↑) 등 반도체 외 IT기기 수출도 대체로 선전했다.
미국 관세 충격은 앞으로 더 심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7월9일 한국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반도체·휴대폰·가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카드도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7월8일 타결을 목표로 미국의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통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당장 오는 4일부터 25%의 철강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우리 전체 철강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길이 당장 이달부터 완전히 끊길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 관세 조치와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5월 양대 시장인 미국·중국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며 “정부는 미국과 상호 호혜적 해결방안을 마련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월 무역수지 흑자 폭은 69억 4000만달러로 커졌다.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만의 최대 폭 흑자다. 5월 들어 수출이 전년대비 줄었으나 수입은 더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이 기간 수입액은 503억 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5.3% 줄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최대 수출품목인 원유 수입액(67억 7000만달러)이 전년대비 14.0% 줄었다. 또 반도체 호황 속 반도체 장비나 컴퓨터 수입은 늘었으나 전화기나 자동차부품 수입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