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채용, 이력서보다 경험을 검증해야[내 생각은/양인숙]

1 week ago 17

얼마 전 1차 코딩 테스트를 통과한 백엔드 개발자 지원자가 직무 면접에서 탈락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이력서에 적은 프로젝트 경험과 면접에서 설명한 내용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맡았다는 역할과 성과에 대해 후속 질문이 이어지자 이력서와 다른 답변이 나왔다. 헤드헌터로서 그를 기업에 추천했던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순간이었다. 경력이나 프로젝트 참여도를 부풀리는 일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 전에도 있었다. 달라진 점은 이제 경험이 부족해도 AI의 도움을 받아 훨씬 그럴듯한 업무 경험과 성과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력서 문장의 완성도와 실제 경험의 깊이를 구별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과 헤드헌터의 검증 부담도 커졌다. 잘 쓴 이력서가 곧 직무 역량을 뜻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력서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AI는 복잡하게 나열된 프로젝트를 핵심 역할과 성과 중심으로 정리하고, 지원하는 직무의 요건에 맞춰 자신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도울 수 있다. 다만 없는 경험을 덧붙이는 도구가 아니라, 실제 경험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채용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매출을 30% 늘렸다”는 성과가 적혀 있다면 숫자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맡은 역할과 의사결정, 성과가 나온 과정과 근거를 물어야 한다. 실무 과제 역시 결과물뿐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도출한 과정, 결과의 한계를 이해하는 능력까지 평가해야 한다. AI를 활용했다면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핵심 프로젝트의 역할과 기여도는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교차 검증할 필요가 있다. 구직자 역시 출발점을 실제 경험과 성과에 둬야 한다. AI가 다듬은 이력서의 모든 문장을 자신의 말로 설명하고 실제 경험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이력서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이력서다. AI 시대의 채용은 문장의 완성도보다 그 뒤에 있는 경험과 역량을 얼마나 정확하게 검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동아일보는 독자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름, 소속,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와 함께 e메일(opinion@donga.com)이나 팩스(02-2020-1299)로 보내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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