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인사이트]‘후불제 자본주의’가 남긴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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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유시민 작가는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특징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국은 민주주의 제도의 혜택을 먼저 누렸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시민적 비용과 책임은 뒤늦게 치러 왔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강조했듯 자본주의는 단순히 돈을 버는 체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 위에 세워진 문명적 질서다. 두 책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민주주의를 후불제로 학습한 한국은 자본주의 역시 후불제로 학습해 온 것이 아닐까.’ 2026년은 그 청구서가 도착한 해로 기억될지 모른다.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과 주요 유럽 국가들을 추월하고, 코스피가 한때 9,000을 넘어서는 동안 한국 국민들은 누군가는 한없이 달콤하고 누군가는 쓰디쓴 자본주의의 참맛을 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30년이 됐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었지만,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는 그 성취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제야 적잖은 비용을 치르며 각성이 시작되고 있는 모습이다. 후불제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작동해 왔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원리와 규범을 뒤늦게 익히는 ‘학습의 후불제’이고, 다른 하나는 현세대의 성장 비용을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는 ‘부담의 후불제’다. 한국 사회는 올해 ‘학습의 후불제’가 청구서로 돌아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주주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리라는 기대가 있었고, 실제로 상법 개정 이후 주가지수는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시장 내부의 움직임은 많은 이의 예상과 달랐다. 지수 상승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소수 기업의 재평가가 이끌었고, 다수 종목은 상승에서 소외되거나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쏠림의 정도는 수치로 확인된다.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25% 오른 8,228.70으로 마감한 5월 27일, 하락 종목은 826개로 상승 종목 75개의 10배를 넘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이른바 한계기업의 비중은 코스닥 시장에서 이미 20%를 넘어섰다. 당기순손실을 낸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 1268곳 중 44%인 558곳에 달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한계기업이 모두 퇴출됐다고 가정할 경우 지수는 37% 추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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