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랑 풀무원 글로벌마케팅총괄본부 부사장 지속가능성이 식품업계의 화두가 된 지는 꽤 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가치에 공감한다는 소비자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정작 식탁이 바뀌는 속도는 그만큼 빠르지 않다. 이유는 인식에 있다. 지속가능한 식사는 비싸고 밋밋하다는 것. 맛있고 간편한 지속가능 식단을 경험할 기회가 그만큼 적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리 옳은 가치라도 실천하기 어렵거나 맛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풀무원이 지난 4월 지구의 날에 맞춰 지속가능식생활 조리학교 '테이스티풀무원'의 문을 열며 붙잡은 출발점도 이 지점이었다. 쉽게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반복할 수 있도록 문턱부터 낮추는 일이 먼저라고 봤다. 기업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제품 판매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공간을 기획하는 것은 낯선 선택이다. 흔히 기업의 쿠킹 클래스는 신제품 홍보나 판촉 수단으로 활용된다. '테이스티풀무원'은 반대로 1인가구부터 아이의 식습관을 고민하는 부모, 요리가 낯선 청년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복잡하고 값비싼 식재료 대신 집 앞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상 식재료를 활용하고, 집에서도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와 테스트를 거쳐 200개가 넘는 메뉴를 검토하고 축적했다. 단순 요리법 교육이 아니라 채소를 풍부하게 먹는 방법, 통곡물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식물성 단백질을 맛있게 섭취하는 방법 등 지속가능식생활의 원칙을 실제 한 끼에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커리큘럼의 기준은 채소와 단백질, 통곡물을 2대 1대 1 비율로 담는 '211 식사법'이다. 원칙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원칙을 매일의 한 끼로 옮기는 일이 어렵다. 직접 재료를 만지고 요리하고 맛보면서 배운 내용을 각자의 주방에서 반복할 수 있도록 한 이유다. 첫 정규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에는 시작 10분 만에 약 3300명이 신청했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테이스티풀무원'이 제안하는 식단은 엄격한 제한이 아니다. 두부, 콩, 제철 채소 등 식물성 식재료를 식탁의 중심에 두고 다양한 재료와 어우러지는 균형 잡힌 조리법을 제안한다.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보다, 채소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지, 익숙한 두부와 콩을 어떻...
[ET단상] '지속가능식생활' 식탁의 문턱을 낮춰야 일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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