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선수들이 22일(한국시간)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UEL 결승에서 맨유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다. 준우승팀 맨유의 메달 수여를 격려하기 위해 도열한 토트넘 선수들(오른쪽). 빌바오(스페인)|허유미 통신원
말 그대로 토트넘의 ‘광란의 밤’이 이어지고 있다.
토트넘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토트넘의 2007~2008시즌 잉글랜드 리그컵 제패 이후 17년 만의 우승이자, 1983~1984시즌 UEL의 전신 UEFA컵 우승 이후 41년 만의 유럽대항전 우승이다.
경기 전부터 빌바오는 축구 열기로 들끓었다. 영국에서 출발한 토트넘과 맨유 팬들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동원해 경기가 열리는 스페인 북부 지방인 빌바오로 향했다. 런던과 맨체스터에서 빌바오로 향하는 직항 항공편은 극히 적었고, 가격도 1500 파운드(약 276만 원) 후반까지 치솟았다. 이에 팬들은 마드리드 등 인근 도시로 우회해 빌바오까지 6~7시간 운전하거나, 프랑스 남부를 거쳐 배로 이동하는 등 ‘원정 대장정’을 감행했다.
결승전 당일 런던에서 출발한 한 항공편의 탑승객 90%는 경기 관람을 위해 빌바오로 향하는 팬들이었다. 이륙 전 기장이 “오늘 이 비행기를 탄 맨유 팬들도, 토트넘 팬들도 행운을 빈다”는 메시지를 전하자, 기내는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고 자연스레 하나 된 응원 분위기가 형성됐다.
토트넘과 맨유의 UEL 결승이 펼쳐진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 앞 거리. 많은 팬들이 들뜬 마음으로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빌바오(스페인)|허유미 통신원
빌바오 시내도 팬들의 열기로 들썩였다. 토트넘과 맨유 팬들을 위해 각각 아멧졸라 공원(Ametzola Parkea)과 엣제바리아 공원(Etxebarria Parkea)에 팬 존(Fan Zone)이 설치됐다. 토트넘 팬 존에서는 산드루 라니에리 등 클럽 레전드들이 무대에 올라 축하 무대를 꾸몄고, 맨유 팬 존에는 웨스 브라운과 웨인 루니가 등장해 팬들과 소통하며 열기를 더했다. 경기 티켓이 없더라도 팬 존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단체 응원이 가능했다. 이날 결승전 암표 가격은 평균 5000유로(약 779만 원)까지 치솟으며, 경기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토트넘과 맨유의 UEL 결승이 펼쳐진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 앞에 마련된 팬 존. 빌바오(스페인)|허유미 통신원
‘실리적 운영’의 토트넘이 경기를 가져갔다. 손흥민을 벤치로 내리고 수비에 집중한 토트넘은 경기 초반 맨유의 공세를 막아낸 뒤 전반 42분 선제골을 넣었다. 왼쪽에서 올라온 파페 사르의 크로스를 브레넌 존슨이 발을 갖다댔고, 이 공이 상대 수비수 루크 쇼를 맞고 맨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손흥민과 후보 선수들은 모두 터치라인까지 나와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뻐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도 코치들과 함께 기뻐하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토트넘 팬들은 열광했다. 구단 응원가와 존슨의 응원가를 하프타임까지 계속 불렀다.
손흥민은 하프타임에 그라운드로 나와 몇 차례 슈팅 연습을 하며 후반전 교체 투입을 준비했다. 후반 22분 손흥민이 히샬리송과 교체돼 투입되자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의 응원가인 ‘나이스 원 소니’(Nice One Sonny)를 불렀다. 이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손흥민은 수비에 집중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우승을 확정한 후 손흥민은 관중이 전해준 태극기를 몸에 두르며 우승 세리머니에 참여했다. 주장으로서 우승 트로피를 높게 들어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토트넘 팬들은 현지 시간으로 자정이 넘도록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않고 축제를 벌였다. 영국공영방송 ‘BBC’는 “경기장이 흔들리고 있다. 토트넘 팬들이 밤새도록 열광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반면 맨유 선수들은 한참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며 토트넘의 세리머니를 어두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토트넘은 23일 런던의 하이로드 인근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토트넘 선수들이 22일(한국시간)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UEL 결승에서 맨유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관중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빌바오(스페인)|허유미 통신원
빌바오(스페인)|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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