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이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에서 나온다는 평가속에 글로벌 제약 기업들이 중국 생명 공학 기업에 라이선스를 사러 몰려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올들어 6월 현재까지 미국 제약사들은 중국 기업과 183억 달러 (약 24조8,7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14건 체결했다.
화이자는 5월 19일에 중국 3S바이오로부터 실험용 항암제 라이선스 취득에 사상 최대인 12억 5천만달러(약 1조7,000억원)을 지불하고 이 회사 주식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항암제에 115억달러(약 15조6,300억원)을 지불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기술은 바이오엔테크가 2023년 중국 바이오테우스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항암제 기술이다.
제약 데이터 제공업체 사이트라인이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말 전 세계 약물 개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했다. 미국 48%에 이어 유럽과 일본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중국의 바이오 테크 기업들이 잇따른 혁신을 이루면서 글로벌 제약 기업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서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10년 안에 특허가 만료되는 2,000억 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대체할 미래 제품의 파이프라인 재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비만, 심장병, 암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실험적 약물을 미국의 제약 회사에 라이선스했는데, 이는 중국이 국가적으로 제약 및 바이오 기술 연구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중국 바이오테크 주식의 상승세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3S바이오는 최근 한 달 사이 100% 이상 주가가 상승하는 등 1년간 283% 급등, 블룸버그가 집계한 글로벌 바이오테크 주식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항체 의약품을 개발하는 렘젠은 다국적 제약 회사로부터 라이선스 계약 제안을 받았다는 발표 이후 270% 이상 급등했다.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의 기업공개(IPO)도 크게 늘었다. 항암 치료제 개발 기업인 듀얼리티 바이오테라퓨틱스 주가는 4월 15일 홍콩 증시 첫 거래일에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시가총액 기준 중국 최대 제약사인 장쑤 헝루이 제약은 상장 첫 날인 5월 23일에, 시장가치 상한가로 상장했음에도 25% 급등했다. 듀얼리티는 상장 이후 189% 급등했고 장쑤 헝루이는 31% 상승했다.
홍콩 픽텟 자산 운용의 아시아 수석 전략가 동첸은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딥시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엑솜 자산운용의 선임 분석가 이치 류는 “중국 바이오테크가 세계 의약품 혁신을 주도하는 파괴적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콩 프랭클린 템플턴의 중국 주식 펀드 매니저인 니콜라스 추이는 트럼프 1기 이후 미국과 중국간 긴장 고조로 인재들이 다시 중국으로 유입되며 연구 개발 역량이 강화된 배경을 설명했다.
제약업계의 인수합병(M&A)과 딜메이킹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분기에만 중국 업체들이 참여한 딜의 규모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369억달러(50조 1,1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1분기 딜 규모 675억 달러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바이오테크 부문 책임자인 브라이언 글리슨은 글로벌 대형 제약 회사가 2024년에 라이선스를 취득한 자산의 약 3분의 1이 중국에서 이루어졌으며 올해는 40~50%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바이오 기술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파고도 넘고 있다. 스티펠의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 분석가인 팀 오플러는 “트럼프의 관세는 상품에만 적용되며 지적 재산권은 명시적으로 제외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 바이오테크 주의 랠리가 길어지고 있다며 투자에 주의할 것을 권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홍콩 분석가들은 "대부분 의료 전문가인 초기 투자자들은 이 시점에서 이익을 실현할 계획이며, 일부 투자자는 이들 기업보다는 꾸준한 배당금 지급과 안정적인 매출 성장이 가능한 기존 의료 부문을 선호한다”고 보고서에 썼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라이선스 계약의 급증을 일회성으로 보고 이들 바이오테크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 배수 부여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분석가들은 언급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