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사우디 방문해 합의
대규모 무기판매 통해 안보협력 강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3일(현지시간) 양국간에 6000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투자와 수출, 안보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전략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 순방 첫날인 이날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찾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뒤 에너지, 국방, 자원 등 분야 합의가 담긴 이 협정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12개 방산기업이 사우디와 1420억 달러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 장비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공군 발전과 우주 능력, 대공 및 미사일 방어, 해상 및 해안 안보와 관련된 장비 등이 판매 계약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은 사우디 군대의 역량 강화를 위한 훈련도 지원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민간 분야 협력과 관련해선 사우디 기업 데이터볼트가 미국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에 200억 달러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볼트는 또 미국 기업 구글, 오라클, 우버 등과 함께 양국 최첨단 기술에 8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힐인터내셔널, 제이콥스, 파슨스 등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 킹살만 국제공항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를 통해 미국의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20억 달러의 수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그 대가로 대규모 사우디에 대한 수출과 투자 유치를 받는 ‘빅딜’을 성사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가자지구와 휴전, 시리아 정세 안정, 이란 핵프로그램 해체 방안, 유가 안정 등 중동의 여러 안보 현안도 의제로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와 본격적인 양자회담에 앞서 “먼저 당신을 만나 기쁘다”라고 인사한 뒤 “우리는 서로 매우 잘 알고 있고 정말 서로를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도 트럼프 대통령 방문에 맞춰 미국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서 미국 텍사스주에 보유한 정유공장 확장에 34억달러(4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세르 CEO는 앞으로 이 공장에서 석유화학 제품 생산과 연료 생산을 통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아람코가 넥스트디케이드, 셈프라 등 미국 에너지기업에서 62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받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동행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6일까지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잇달아 방문한다. 1월 대통령 취임 뒤 첫 해외 공식 순방 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