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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효를 차단하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한국은행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철회할 경우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0.8%보다 소폭 개선된 0.9%가량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 철회 결정이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관세 불확실성에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29일 오후 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미국 상호관세가 철회되고 품목 관세만 남을 경우 낙관 시나리오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좋은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5%에서 0.8%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1.6%로 0.2%포인트 낮췄다. 이번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이 0.8%에 그친다면 GDP 통계 작성 이래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과 함께 역대 다섯 번째로 성장률이 낮은 해가 된다.
이와 함께 한은은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미국 관세율이 상당 폭 인하될 경우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0.9%, 내년 1.8%로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높인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관세 유예기간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무역협상이 원만히 진행되면서 미 관세율이 올해 말까지 상당폭 인하되는 경우를 가정해서다. 만일 상호관세 조치가 무효화되면 이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미국 법원의 판단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박창현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낙관 시나리오가 가정한 한국 기준 관세율은 10%”라며 “상호관세가 중단된다고 하면 관세율이 9.7%로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은 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부총재보는 “이는 대미 수출 영향 부문만 계산한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를 우회하는 부분, 중국을 통해 영향받는 부분, 심리적인 부분 등을 다 더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부총재보는 “그 부분까지 고려했을 때 저희가 올해 성장률 개선은 0.1% 포인트나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관세 전쟁에 따른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제 전망치가 예기치 않게 높아지면 심리 측면에서는 호재일 수 있으나 금리 인하 기조가 엇박자가 될 수 있다”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굉장히 복잡한 셈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미 관세정책의 향방과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성장경로의 장기적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