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 69개국 대상 조사
순위 발표이후 가장많이 떨어져
정치불안정 60위 '최하위권'
기업효율성 23→44위로 급락
IMD "신산업 막는 규제 풀고
가계부채 급증막을 대책 시급"
대한민국 국가경쟁력 순위가 1년 만에 20위에서 27위로 7단계 추락했다. 작년 말 비상계엄에 따른 정국 혼란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질적인 저출생·고령화 문제와 이로 인한 노동생산성 악화도 국가경쟁력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17일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평가 대상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년 새 국가경쟁력이 7단계 떨어진 건 IMD가 순위를 발표한 이래 처음이다. IMD는 1997년부터 매년 6월 세계경쟁력연감을 발표 중이다.
부문별로 보면 사회여건 부문에서 정치적 불안정 항목의 순위가 50위에서 60위로 떨어졌다.
기업효율성 부문은 작년 23위에서 올해 44위로 수직 하락했다. 대기업 경쟁력이 41위에서 57위로 떨어졌고, 디지털 기술 사용 부문이 11위에서 26위로 주저앉았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제한하고 있다"며 "규제개혁 없이는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한국이 강점을 보이던 사회·기술 인프라 부문도 순위가 11위에서 21위로 추락했다. 도시관리 인프라와 유통 인프라 효율성은 각각 4위·3위에서 둘 다 28위로 내려앉았다.
디지털·기술 인력 구인 부문에서는 순위가 세계 최하위 수준인 59위로 떨어졌다. 첨단산업 인재를 해외에서 유치해야 하는데 국내의 외국 인력 수혈은 저임금 일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과 예스24 해킹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사이버보안 부문 순위도 40위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청년실업 부문에서도 순위가 8위에서 11위로 하락했다. 최근 고령층 취업만 늘고, 대기업 공채가 자취를 감추면서 취업 자체를 포기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에 달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분석한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1달러로, 83.6달러인 미국에 크게 뒤졌다. 독일(83.3달러), 프랑스(81.8달러), 영국(72.4달러) 등도 한국보다 노동생산성이 높다.
다행히 경제성과 측면에서 한국의 경쟁력 순위가 16위에서 11위로 상승했다. 작년에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점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대의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IMD는 한국 보고서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취약점 해소 △신기술·신산업 성장 막는 규제 철폐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 유지 △가계부채 관리 5가지를 핵심 대응 과제로 제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서면 브리핑을 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진짜 성장을 강조했다"며 "진짜 성장 비전을 구체화하고 실행해 국가경쟁력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또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 정책협의회 운영을 활성화하는 등 국가경쟁력 및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국가경쟁력 조사에서는 스위스가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2위, 홍콩 3위, 덴마크 4위, 아랍에미리트(UAE) 5위 순이었다. 한국과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은 6위였다. 미국은 13위를 기록했다.
[문지웅 기자 / 이지안 기자 / 성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