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산기업과 손잡은 실드AI "한국이 AI무기 운명 스스로 통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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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방산기업과 손잡은 실드AI "한국이 AI무기 운명 스스로 통제해야"

브랜던 쳉 실드AI 대표(사진)는 최근 생애 세 번째로 한국 땅을 밟았다. 앞서 두 번은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하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 소속으로, 이번에는 미국 방산 기업가로서다. 7년 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복무한 쳉 대표는 동료들이 전장에서 희생되는 것을 보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무기를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 2015년 디펜스 테크기업 실드AI를 창업했다. 실드AI는 지난 3월 53억달러(약 7조3000억원) 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방산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쳉 대표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드AI의 기술로 한국의 자율무기 체계를 지원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한국을 방문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과 자율무기체계를 협력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어떤 주제를 주로 얘기했습니까
“한국이 자체적으로 자율무기 기술 체계를 개발하는 방법을 얘기했죠. 저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듯 ‘모든 국가가 자신의 인공지능(AI) 운명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습니다.”

실드AI는 어떤 기술을 제공할 수 있나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입니다. 실드AI의 ‘하이버마인드 플랫폼’을 통해 실드AI가 자율무기를 개발하는 방식을 똑같이 도입할 수 있어요. 현재 KAI와 LIG넥스원에도 전담 엔지니어들이 배치돼있습니다.”

하이버마인드는 어떤 기술입니까
“그래픽 디자이너가 어도비 포토샵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듯 자율무기를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GPS와 통신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무기가 자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죠. 비전문가도 자율무기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2년 이내에 가능할 겁니다.”

실드AI의 기술은 타사 대비 어느 정도 앞서있습니까
“최소 7년이요. 자본으로는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 규모고요. 저는 이 회사를 10년 전에 설립했고 무인 방위체계 개발에 매우 오랫동안 집중했습니다. 2020년 전에는 AI나 자율주행을 국방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거의 없었죠. F-16 전투기를 자율비행시키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제니까요.”

전인미답의 영역에 도전한 계기가 있었나요
“네이비씰에서 퇴역한 뒤 다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AI와 경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소비재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전장에서 마주한 문제들로 돌아가게 되더군요.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2035년 군대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할까. AI와 자율운영 시스템이 모든 무기를 구동하고 지휘, 이동시키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자율무기체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F-18 슈퍼호넷 전투기 조종사인 친구가 있어요. 그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적들이 GPS를 방해하고 통신을 차단해서 드론을 더이상 보낼 수 없게 됐어. 통합 공중 방어 시스템,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도 확산됐고. 전투기 조종사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맞서 싸워서 이길 확률은 0%야’. 이 얘기를 듣고 조종사를 보호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에 있는 전략폭격기를 공습하는 화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벨라야 등 총 5개 기지를 대상으로 ‘스파이더웹’(거미줄)이라고 명명한 작전을 감행해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폭격기 약 120대 중 3분의 1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UPI연합뉴스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에 있는 전략폭격기를 공습하는 화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벨라야 등 총 5개 기지를 대상으로 ‘스파이더웹’(거미줄)이라고 명명한 작전을 감행해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폭격기 약 120대 중 3분의 1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UPI연합뉴스

미래 전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수백만 대의 자율 드론이 생각하고 움직이고 갈등을 억제하게 될 겁니다. ‘자율’은 군의 미래를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기술이에요. 미군이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몇 가지 무기들이 있죠. 항공모함, 핵무기, 그리고 막대한 규모의 재래식 무기같은 것들이요. 이 중 핵무기는 핵 전쟁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항공모함의 억지력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항공모함은 여전히 강력한 무기 아닌가요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이 국제 해운을 방해하고 미군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이러한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에 수백만 대의 드론을 배치해야합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미 대통령이 말했죠. ‘부드럽게 말하고 큰 몽둥이를 갖고 다녀라’고요.”

무기 체계는 어떻게 바뀔까요
“정교하고 값비싼 자산들이 저렴하고 대량으로 조달 가능한 드론으로 대체될 겁니다. 1억달러짜리 전투기가 5분의1 가격인 무인 전투기로, 1억달러짜리 감시·정찰 자산이 100만달러짜리 (실드AI의 수직 이착륙 무인기인) V-BAT으로 대체될 겁니다. 방위산업체들도 널리 쓰일 무기체계로 생산시설을 전환하는 시기를 겪게 되겠죠.”

드론의 빠른 의사결정도 전투에서 중요하겠네요
“100% 맞습니다. 자율 드론이 적을 만나면, 드론의 지능이 얼마나 높은지가 전투 결과를 좌우합니다. 최고의 AI 조종사를 보유하고 있는지 말이죠. 거기에 얼마나 많은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거미줄 작전으로 완파된 러시아 Tu-95 전략폭격기의 잔해가 지난 4일 위성사진에 찍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작전을 통해 총 7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공격에 동원된 드론 한 대당 가격은 2000달러(약 271만원)로 추산된다.  로이터연합뉴스

거미줄 작전으로 완파된 러시아 Tu-95 전략폭격기의 잔해가 지난 4일 위성사진에 찍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작전을 통해 총 7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공격에 동원된 드론 한 대당 가격은 2000달러(약 271만원)로 추산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드론으로 러시아에 대등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실드AI는 우크라이나에도 V-BAT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V-BAT은 매우 값비싼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죠. 하루에도 여러 번 공격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실전 경험을 가진 기업은 미국이나 세계 어느 곳에서도 없습니다.”

북한도 우크라이나처럼 한국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까요
“저는 한국이 우세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도 드론과 로봇을 개발헤 군사력에 통합할 것이니까요. 다만 북한도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오늘의 현대전이 어떤 형태인지 경험하고 있죠. 북한도 미래에는 드론을 동원할 겁니다. 한국 정부와 방산기업들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들은 매우 엄격하고 현실적인 증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네요.”

작년 미 하원에 출석해 ‘국방부 예산의 99%가 기존 방산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회의원들과도 이 문제를 논의했어요. 한국 방위산업은 잘 모르지만 미국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자격 기반 무기 획득 시스템’이냐, 혹은 ‘문제 기반 시스템’이냐는 거에요. 예를 들어 국방부가 24시간 내내 정보를 수집할 장비가 필요하다고 해보죠. 그러면 록히드마틴은 F-35 전투기로, 노스롭그루먼은 MQ-4 정찰기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할 겁니다. V-BAT도 도전해볼 수 있겠죠. 여러 가지 해결책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8000파운드를 운반할 수 있는’ ‘시속 800마일로 비행 가능한’과 같은 자격에 얽매여있어요.”

실드AI의 수직이착륙 드론 V-BAT. 실드AI 제공

실드AI의 수직이착륙 드론 V-BAT. 실드AI 제공

무기체계를 혁신하지 않으면 러시아나 중국에 뒤처질 수 있겠군요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고 생각해요. 미국은 매우 경쟁력 있는 나라죠.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공학 기술을 갖고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기술도 ‘오늘 하루만 최고일 뿐‘이라는 겁니다. 중국은 소프트웨어에 뛰어나지 않지만 자원을 빠르게 배분하는 데 매우 능합니다. 미국이 안심할 상황이 아니에요. 승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죠.”

향후 사업의 역점은 어디에 두고 계신가요
“우리는 하이버마인드 엔터프라이즈, 즉 기업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V-BAT 항공기를 여러 국가로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한국의 방산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기는 방법을 알아내세요. 그 과정에서 적어도 20가지가 넘는 것들을 바꿔야 할거에요. 실패도 겪을 거에요. 모든 걸 제대로 해도 패배할 수 있어요.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죠. 많은 것을 제대로 해도 총에 맞거나 폭탄이 터질 수 있죠.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군대에서 말하듯 적도 선택권을 가집니다. 시장이 결정권을 가지게 될 거에요.”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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