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최근 1인칭 드론 117대로 러시아 전략폭격기 41대를 타격한 스파이더웹(거미줄) 작전에 쓴 비용은 6억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입은 피해를 1만5800배 이상인 9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세계 2위 방산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실드AI의 브랜던 쳉 대표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값비싼 무기들이 저렴하고 대량 조달할 수 있는 드론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드AI는 우크라이나에 수직 이착륙 드론 V-BAT를 배치해 실전 데이터를 쌓고 있다. 쳉 대표는 “V-BAT는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체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세계 어느 기업도 갖추지 못한 경험”이라고 자신했다. 미래 전장에서는 수백만 대의 드론이 격돌할 것이라고 쳉 대표는 전망했다. 그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한국 방산기업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AI 드론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지만 한국은 드론 제조와 자율무기 체계 개발 모두 뒤처졌다. 중소형 드론은 조달청의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묶여 대기업 참여가 막혀 있다.
기업가치 7조 '방산 유니콘' 美 실드AI 대표 브랜던 쳉
자율무기 개발 플랫폼 제공…고가 재래식 무기 시대 저물어
브랜던 쳉 실드AI 대표(사진)는 지난달 생애 세 번째로 한국 땅을 밟았다. 앞선 두 번의 방문 때는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소속 군인이었다. 이번에는 미국 방위산업 기업가로 한국을 찾았다. 7년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복무한 쳉 대표는 동료들이 전장에서 희생되는 것을 보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 무기를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2015년 디펜스테크 기업 실드AI를 창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이 차세대 무기로 주목받으며 실드AI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가치 53억달러) 방산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쳉 대표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드AI의 기술로 한국 자율무기체계를 지원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실드AI는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혁신적 방산기업 집단 ‘샤프(SHARPE)’ 중 하나다. 샤프는 실드AI, 호크아이360, 앤듀릴인더스트리, 리벨리온디펜스, 팰런티어, 에피루스 등 6개사의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록히드마틴, 보잉 등 기성 방산기업이 중대형 무기 제조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들은 무인 무기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쳉 대표가 실드AI를 창업한 것은 군 복무 시기의 영향이 컸다. 그는 “2035년 군대에서 인공지능(AI)은 어떤 역할을 할까 자문한 결과 AI와 자율운영 시스템이 모든 무기를 구동하고 지휘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다. 전투기를 조종하던 한 동료가 “통신과 위치정보시스템(GPS)이 차단된 상황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맞서 싸워 이길 확률은 0%”라고 얘기했고, 이에 쳉 대표는 조종사를 보호할 무기를 개발해야겠다고 느꼈다.
쳉 대표는 “1억달러짜리 전투기는 5분의 1 가격인 무인 전투기로, 1억달러짜리 감시·정찰 자산은 100만달러짜리 (실드AI의 수직 이착륙 무인기인) V-BAT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무인화다. “한국이 드론 1000만 대를 보유하더라도 자율운영체계가 없다면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쳉 대표는 덧붙였다.
쳉 대표는 미군이 무기체계를 바꾸지 못한다면 중국·러시아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이 소프트웨어 기술에서는 매우 앞서지만 중국의 경쟁력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해 9월 미 하원에 출석해 “국방부 예산의 99%는 기존의 더 빠른 말(기성 방산기업)에 계속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쳉 대표는 “기존 자격 기반 무기 획득 시스템에서는 ‘3600㎏을 운반할 수 있는’ ‘시속 1200㎞ 비행이 가능한’ 등과 같은 자격에 얽매여 효과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며 “한국의 방산 체계도 미국과 비슷할 텐데 자격 기반 무기 획득 시스템을 문제 기반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쟁 억지력도 드론 전력에서 나온다고 쳉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항공모함과 막대한 규모의 재래식 무기가 있지만 이들의 억지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해군이 예멘 후티 반군을 제압하기 위해 홍해 지역에 항모 전단을 파견했지만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는 게 그 예다. 쳉 대표는 “이런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에 수백만 대 드론을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쳉 대표는 “한국 방산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실드AI는 지난 3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공군 차세대 전투기 KF-21에 장착할 AI 파일럿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IG넥스원과도 전투체계 고도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실드AI는 이를 위해 자사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인 ‘하이버마인드’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다. 쳉 대표는 “하이버마인드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어도비 포토샵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하듯 자율무기를 구현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자율무기는 GPS와 통신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설정된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 타사 대비 최소 7년 앞선 기술력이라고 쳉 대표는 자신했다. 그는 “1~2년 이내에 비전문가도 자율무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엽/고은이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