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남성 전립선암 급증…발병률 1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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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진단받아 관심커져…증상부터 치료까지 가이드
서구화된 식생활·고령화 탓
50세 이상은 매년 꼭 검사를
치료는 수술·약물 중 선택
중입자·방사성원소 치료는
7000만~2억원 비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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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김 모씨는 어느 날부터 소변을 봐도 계속 잔뇨감에 시달렸다. 늙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지난해 정밀검사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그는 청천벽력 같은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늦게 발견해 뼈와 림프선에도 암이 전이돼 있는 상태였다.

의료진은 김씨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안드로겐을 차단하고 수용체 신호를 억제하는 약물요법을 실시했다. 다행히 1년간 치료를 받고 난 뒤 종양은 많이 작아졌다.

年1회 정기검사로 조기 진단을

최근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는 뉴스에 남성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암이 많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대통령이 왜 이렇게 늦게 암을 발견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다. 76세 신 모씨는 "요 몇 년 새 친구들 네다섯 명이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이든 전 대통령까지 그 병에 걸렸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에 검사 예약을 잡아뒀다"고 했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 위치한 남성의 생식기 분비기관이다. 소변이 방광에서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통로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또 정액의 일부를 생성해 정자의 운동을 도와주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이 약해지면서 잔뇨감을 느끼는 남성이 많은데, 대부분은 노화 때문으로 여겨 정기검사를 받지 않는다. 늦게 발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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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웅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초기 치료 시 완치에 가까울 만큼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증상이 거의 없어 일찍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50대 이상 남성이라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매년 전립선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처럼 주위 뼈나 림프선에 전이가 일어나면 5년 생존율은 33.7~56%로 확 떨어진다. 환자 나이와 글리슨 점수, 전이 범위, 치료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진다.

'노화' 아닌 '암 초기 증상'일 수도

통상 전립선암은 피 검사로 알 수 있는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와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로 진단한다. PSA 검사를 해서 수치가 높게 나오면 조직 검사나 MRI 검사 대상이 된다. 암일 가능성도 있지만, 전립선 비대증이나 전립선염이라도 수치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혁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한국의 전립선암 검진율은 18.6%로 낮은 편이며, PSA 검진율은 7.1%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75세 이상에서 68.2%가 고위험군"이라고 밝혔다. 고령 환자에 대한 검진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미다.

고위험군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인데, 전체 환자 가운데 10% 정도가 유전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이나 위암처럼 체내 염증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정인갑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 서구화된 식습관, 건강검진 확대 등으로 국내 전립선암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국립암센터가 최근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올해 전립선암이 남성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특히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치료 비용 대비 효과성 등을 충분히 검증한 뒤 로봇수술 등에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술 외 치료 선택지 다양해져

기존 치료법은 크게 수술과 약물 투여로 나뉜다. 한 교수는 "조기에 발견하면 임상적으로 중요한 암인지 아닌지 의료진이 판단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최근에는 뼈 전이가 일어난 상태라도 큰 합병증 없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만약 암이 전립선에만 국한돼 있다면 완치를 목표로 먼저 수술을 한다. 전립선과 정낭을 한 번에 적출하는 방식이다. 이때 암 조직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겨진 구조물을 잘 보존해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대표적인 수술 후유증으로는 요실금이 있다. 요도를 조이는 괄약근 조직이 전립선과 인접해 있어 영향을 받는다.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면 약물 치료를 적극 고려한다. 남성호르몬을 차단해 암 조직의 성장과 진행을 억제하는 원리다. 전립선암 치료제로는 얀센의 얼리다·자이티가, 아스텔라스의 엑스탄디 등이 주로 사용된다.

수술과 약물 치료 외에 최신 치료법도 등장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크다. 루테튬 등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가 대표적이다. 표적 물질에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것으로, 암세포에만 방사선을 내뿜어 죽이는 기전을 갖고 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를 비롯한 주요 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통상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는 6주 간격으로 총 6회 진행되는데, 1회 비용이 4000만원에 달한다.

세브란스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입자 기기로 전립선암을 치료한다. 2023년 4월 첫 치료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환자 500여 명이 중입자 치료를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건보가 적용되지 않아 치료 비용이 6000만~7000만원 선이다.

대표 명의로는 최영득·한웅규 세브란스병원 교수, 홍준혁·정인갑·유달산 서울아산병원 교수, 이지열·홍성후 서울성모병원 교수, 곽철 서울대병원 교수, 전성수 삼성서울병원 교수 등이 꼽힌다.

글리슨 점수

전립선암의 악성도는 글리슨 점수로 평가한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봤을 때 전립선암 세포가 얼마나 분화했는지, 즉 정상 세포와 어떻게 다른지 분석한 수치다. 1부터 5까지 등급 중 두 가지의 가장 흔한 패턴을 합산해 2점부터 10점까지 숫자를 매긴다. 점수가 높을수록 암세포가 더 비정상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의미인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9점으로 매우 나쁘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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