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평균소득만큼 월급 받은 대통령
재임(2010~2015년) 기간 경제 안정
‘인간 행복’ 중심된 경제 성장론 추구
“가난한 자는 가지지 않은 자가 아닌,
끝없이 뭔가를 더 얻으려는 자” 경계
“민주주의, 완벽 아니더라도 최선”
“난 가난하지 않다. 그저 내 개인의 자유를 위해 엄격하게 생활할 뿐이다.”
2010년 우르과이 대통령에 오르며 검소한 생활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은 호세 무히카가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의 안타까운 별세 소식을 전하며 “그는 대통령, 활동가. 사회의 모범, 사랑받는 어른이었다”라고 추모했다.
국민들에게 ‘페페(Pepe·호세의 애칭)’로 불렸던 무히카 전 대통령은 좌파 성향 정당 국민참여운동(MPP)을 이끌며 국회의원과 농축수산업 부처 장관을 지내고 2009년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이듬해부터 5년간 국정을 운영하며 우루과이 경제 발전과 빈곤 감소에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민 평균소득 수준으로 대통령 급여를 받겠다며 실수령액의 90%를 빈곤퇴치 기금에 기부했다. 화려한 대통령 관저 대신 허름한 농가 자택에서 출퇴근한 행보에 세계 언론이 그를 조명했다.
그는 대통령 퇴임 때 지지율이 65%로 당선 당시(52%)보다 오히려 높았다.
달변가로도 유명한 그는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많은 어록을 남겼다. “삶에는 가격 라벨이 붙어 있지 않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 “유일하게 건강한 중독은 사랑의 중독” 등이 지금도 회자된다.
2014년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세계은행에서 강연할 때는 “가난한 사람은 무언가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끝없이 더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같은 나라는 매우 열심히 일해 기적을 이뤘다. 그런데 열심히 일만 해서 잘살게 되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잘살면서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 말로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인생의 난제이자 대통령으로서 짊어진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2013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는 인간의 행복보다 성장률 자체에 집착하는 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우리 시대 보통 시민의 일상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직장과 은행을 지루하게 배회하는 것이다. 그 보통 시민은 항상 휴가와 자유를 꿈꾸지만 언젠가 심장이 멈추고 세상에 이별을 고할 때에도 각종 청구서를 지불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4월께부터 투병하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다”며 지난 1월 항암 치료를 포기했다.
그는 당시 우르과이 주간지 부스케다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나는 죽어가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국민들에게 작별 인사와 함께 과거 좌파 정치에 헌신한 자신의 오류도 고백했다.
“세상에 민주주의와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젊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저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웁니다. 비록 완벽한 사회는 아니지만 최선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