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정부가 그동안 비과세로 인정해 온 감액배당에 대해 과세하기로 했다. 일반 배당에는 세금을 매기면서 감액배당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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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
31일 기획재정부는 자본준비금을 재원으로 하는 배당액이 주식의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대주주 등에 한해 초과분에 배당소득세를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주주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인 상장법인 대주주 혹은 비상장법인 주주를 일컫는다.
감액배당은 기업이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감액한 뒤 이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 방식이다. 그간 감액배당은 사업해서 번 이익을 나누는 일반 배당과는 달리 자신이 투자한 돈 일부를 되돌려받는다는 행위로 취급돼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대주주가 감액배당을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 감액배당은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감액배당을 시행한 상장사는 △2022년 6개 △2023년 8개 △2024년 15개 △2025년 41개로 늘었다.
특히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6890억원 규모의 감액배당을 실시해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회사로부터 2023년과 지난해 총 3626억원의 배당금을 과세 없이 수령했다. 반면 일반배당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244억원을 받았지만, 10억원 초과분에 대해 최대 49.5%의 세율이 적용됐다.
이를 두고 관계당국은 “그간 비과세 원칙이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투자자가 주식을 취득했던 취득 가액보다 배당금액이 더 커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는 조세 형평성 차원의 문제인 것이고, 일반 투자자보다는 감액배당으로 이익을 얻는 대주주들에 한정된 문제”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가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법 개정 등으로 국내 증시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감액배당에 대한 세금 부과를 거론하는 것이 다소 아쉽다”며 “진정으로 주주 환원을 강화하려는 선의를 가진 기업들의 의지가 약화될 수 있고, 주주 환원율이 높은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분위기가 퇴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