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한국거래소가 국내 주식 거래 시간을 최대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각 증권사로부터 설문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개별 면담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내놓은 방안 중 노무·전산 부담이 적은 ‘정규장 8시 개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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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
10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8일을 기점으로 대부분 증권사로부터 거래 시간 연장 관련 대표이사 직인의 공식 입장을 회신 받았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28일 일부 대형 증권사를 상대로 거래시간 연장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29일에는 각 회원사에 설문조사를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설문 마감은 당초 지난달 31일이었으나 업계 요청으로 8일까지 연장됐다.
설문에는 △정규장 개장 시각을 오전 9시에서 8시로 1시간 앞당기는 안(1안) △오전 8시부터 30분간 프리마켓을 열고 이후 정규장 개장 전까지 시가 단일가 거래를 하는 안(2안) △프리마켓 운영 후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는 안(3안) 등이 포함됐다. 세 가지 모두 정규장 이후에는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하도록 돼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전산 개발 난이도가 낮고 준비 기간이 비교적 짧은 1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증권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논의를 거친 결과 프리마켓을 두지 않고 오전 8시에 바로 정규장을 여는 방식이 IT·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기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크게 손보지 않아도 돼 현실적으로 무난하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넥스트레이드처럼 프리·애프터마켓을 전면 도입하려면 신규 개발과 테스트가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며 “거래 시간을 조금 앞당기는 게 현실적인 절충안”이라고 전했다.
반면 사내 노사 관계가 민감하거나 근로시간 조정에 따른 부담이 큰 회사들은 2안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C증권사 관계자는 “출근 시간을 앞당기는 건 영업, IT, 결제, 리스크 관리 전 부서에 영향을 미친다”며 “차라리 프리·애프터마켓을 신설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제도 도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D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ATS(대체거래소)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몇 달 안에 시행하려면 기술적·인적 준비가 부족하다”며 “속도를 내다가 시스템 오류라도 나면 신뢰도에 치명적”이라고 짚었다.
E증권사 관계자도 “1안은 노사 합의 문제가 있고 2안은 증거금 해제·체결관리 등 개발 난이도가 높다”며 “각 안의 장단점을 (거래소 측에) 모두 전달했고, 제도 시행 전 인적·물적 리소스를 충분히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오는 12일 증권 거래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성명을 통해 “거래소가 2700여개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운영하게 된다면 이는 증권사 직원, 상장기업 공시 담당자 등 자본시장 종사 노동자들에게 비교 불가능한 수준의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2016년 장 마감 시각을 오후 3시에서 3시30분으로 미룬 이후 10년 만의 변화가 된다. 배경에는 오전 8시~오후 8시까지 12시간 거래를 운영하며 빠르게 성장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있다. 지난달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 비중은 32%에 육박했다.
거래소는 회원사 개별 미팅과 설문 결과를 토대로 내부안을 마련한 뒤 금융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