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한 주 만에 다시 주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란에서의 전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며 국제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상승,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우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모든 자산가격을 동시에 추락시켰고, 비트코인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이번주에도 투자자들은 이란 전쟁 경과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22일 가상자산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4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2% 이상 하락하며 6만9000달러에 턱걸이하고 있다. 한 주간 3% 이상 하락하며 주간 수익률 한 주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더리움은 상대적으로 강하긴 했지만, 2090달러 언저리에 머물며 주간으론 약보합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주곤 있지만, 이란에서의 전쟁 상황은 장기화로 향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110달러를 훌쩍 넘겼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 국 중앙은행들도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벌써부터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위험자산은 물론이고 금과 은 같은 안전자산까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 상황에 비트코인 역시 자금 이탈과 가격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 최근 닷새 연속으로 순유입을 기록했던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의 자금은 최근 이틀간 순유출을 기록 중이다. 월간 ETF 자금 유입은 여전히 14억8000만달러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누적 63억달러 순유출이 있었던 배경을 감안하면 투자자 수요 회복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래스노드(Glassnode)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현재 매도 압력을 충분히 흡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트코인 순실현차익 매도 규모는 한때 시간당 약 1700만달러(24시간 평균 기준) 수준까지 일시적으로 확대됐지만, 이후 탄력이 약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7만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에 글래스노드는 “더 광범위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매수 수요의 깊이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은 대규모가 아닌 차익 실현 물량조차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넥소 디스패치(Nexo Dispatch)의 애널리스트 일리야 칼체프는 “7만달러 선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가격대로, 이 수준을 확실히 지켜낸다면 가격 안정화 국면으로의 거래가 유입되면서 레버리지 포지션에 대한 부담도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이 지지선이 무너지면 다음 지지 구간으로 향하는 경로가 다시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온체인 지표는 조심스럽지만 낙관할 만한 이유를 제공한다”며 “밴에크(VanEck)의 3월 중순 체인체크(ChainCheck)에 따르면,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는 모든 보유 기간 구간에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 경험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매도 분배를 가속하기보다는 오히려 줄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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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 일별 순유출입 추이 |
이번주도 시장의 핵심 관심사는 이란 전황이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0일 미국 주가지수가 일중 낙폭을 2% 넘게 키웠던 것은 위험자산 가격이 지상군 투입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보여준 하나의 단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까진 미군이 총 5000명 수준의 해병대원을 이란에 파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상군 투입 규모와 목적, 작전 기간 등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BCA리서치의 마르코 파픽 거시 및 지정학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르그 섬의 점령을 기획하고 병력 배치에 최소 한 달이 소요된다면 올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그럴 경우 증시가 최소 2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올해 11월로 예정된 중간 선거를 고려해 인기 없는 이란 전쟁을 트럼프가 조기에 끝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은 여전히 우세하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벌써부터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4bp, 2년물 금리는 18.4bp 뛰었다. 2년물 금리는 지난 3주간 52bp나 급등했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반영된 데다 연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소멸한 영향이다. 이는 유럽 채권시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편 미국 내에서의 가상자산 시장구조법(클래리티 액트) 관련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핵심 상원의원들이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둘러싼 은행권과 디지털자산 업계 간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클래리티 액트에 포함할 문구를 백악관과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문제가 된 쟁점은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리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수익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였다. 현재로선 이 잠정 합의안에서 올 1월에 합의했던대로 “디지털 자산 서비스 제공자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현금, 토큰 등 어떤 형태의 이자나 수익도 지급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회원 활동에 따른 로열티나 인센티브 형식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는 예외를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권과 디지털자산 업계 양측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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