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불가피, 치유는 필연적[내가 만난 명문장/강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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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봉 소설가·‘파사주’ 저자 “우리 혼자서는 치유를 해낼 수가 없다.”―딕슨 치반다 ‘마음을 들어 주는 벤치’ 2024년 한국에서 정신 질환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약 283만 명. 실제로 성인 10명 중 3명가량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 장애를 경험했다. 남 일이 아니군. 어쩐지 내 주변에도 정신과 다니는 사람이 세 명은 된다. 약 타러 간다길래 감기약인 줄 알았더니 우울증약이란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는 인구 1300만 명에 정신과 의사가 단 6명이던 시절이 있었다. 식민 지배와 전쟁, 빈곤 등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정신과 의사 딕슨 치반다가 ‘우정 벤치(Friendship Bench)’를 만든다. 훈련받은 열네 명의 할머니가 동네 벤치에 앉아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할머니였을까. 산전수전 겪은 이 할머니들은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안다. 자신이 살아온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듯 제 말을 못 해 안달하지도 않는다. 이제 와 누구에게 뭘 증명하겠는가. 게다가 들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해결책도 같이 찾는다. 짐바브웨에서는 마음의 고통을 ‘쿠풍기시사(생각이 너무 많음)’라고 한다. 근데 생각이 많은 것이 문제가 되나. 오히려 생각을 많게 만드는 것들이 문제지. 혼자 힘으론 그런 삶의 문제를 풀기 어려우니 할머니들이 나서는 것이다. 일자리를 구해주거나, 육아에 지친 초보 엄마에게는 아기 돌보는 법을 알려준다. 마음의 고통을 개인 문제로 두는 것과 공동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해결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치유는 혼자서 해낼 수 없다. 사랑이 그러하듯이. 그리고 오래도록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을 보면 비로소 믿게 된다. 치반다가 말했듯, 고통은 불가피해도 그 치유는 필연적이란 걸. 강성봉 소설가·‘파사주’ 저자©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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