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연구소]폐기물 줄인 ‘팝업사이클링’
‘핫플’ 성수동, 팝업스토어 16곳 작업… 닷새 열면 한 곳서 쓰레기 3t 나와
재사용 가능한 구조-자재 선택하고 공공 팝업스토어 만들어 낭비 줄여
1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연무장길. 1.2km 남짓한 성수동 대표 상권인 이곳엔 이날만 팝업스토어(Pop-up Store) 16개가 새로 설치되거나 철거되고 있었다. 망치와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는 팝업스토어 주변엔 우레탄폼과 합판, 벽돌, H빔이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서 나온 폐기물을 수거하는 트럭들이 수많은 인파 물결 속에서 함께 휩쓸려 다녔다.최근 문화계를 비롯해 패션·뷰티업계 등에선 단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성수동만 해도 이런 팝업스토어가 한 달 평균 90개, 하루 3개씩 생겨난다. 하지만 이런 ‘가설 공간’이 만들어질 때마다 쓰레기 역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팝업스토어 자재들을 일회성으로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재활용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팝업사이클링’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 공공기관도 패션업체도 재활용
팝업스토어들은 단기간 주목받기 쉬운 데다,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여러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주일 내외로 운영하는 방식부터 한 달 이상 운영하는 ‘쇼룸’까지 종류와 규모도 다양하다.문제는 짧은 기간 운영한 뒤 철거를 하다 보니 발생하는 쓰레기들이다. 목재나 폐벽돌, 합판, 시트지 같은 폐기물은 스토어마다 디자인이 달라 재활용이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5일짜리 팝업스토어 한 곳을 철거하면 1t 트럭 2∼3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런 팝업스토어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문화계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에 대한 고민들이 커지고 있다. 기본 뼈대가 되는 자재들을 재활용해 쓰레기를 줄여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곳에선 우드 팔레트를 쌓아 선반으로 활용하고, 팝업스토어에 따라 현수막만 바꿔 활용한다. 임대료를 낮추려는 목적도 컸지만 집기 대부분을 재활용해 폐기물 감소 효과도 거뒀다. 신혜승 성동구 기업활성화팀장은 “이미 갖춰진 기물들의 세팅만 바꾸면 되니 입점 브랜드들도 몸만 들어오면 된다”며 “폐기물이 줄고 철거비도 아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 재활용 통한 가치 부여를 예술로 승화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도서전 당시 설치했던 종이 부스를 해체해 창고에 보관했다가, 지난달 용산 아이파크몰에 다시 설치하고 ‘앙코르’ 팝업을 진행했다. 재활용한 종이 부스는 다시 창고에 보관하고 있으며, 내년 도서전 때 다시 선보이는 게 목표다.
문지는 2023년 도서전 때 만든 종이 부스도 절반은 사옥 책장으로 재활용했다. 나머지도 서울예대에 기부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광호 문지 대표는 “사실 재활용은 비용과 의지가 더 드는 일이긴 하다”면서도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이들은 팝업과 굿즈 등에서 거대한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걸 이해한다면 이런 방식에 더 공감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팝업스토어의 폐기물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 ‘팝업사이클링’ 개념을 처음 도입한 퍼니준(본명 김완준) 작가가 대표적이다.
과거 팝업스토어 제작에도 참여했던 그는 어느 날 부지기수로 늘어나는 팝업스토어와 폐기물을 보고 ‘더는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남은 폐기물을 모아 설치미술전을 여는 등 팝업사이클링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퍼니준 작가는 “팬데믹 기간 급격하게 팝업스토어가 늘어나면서 잠깐 설치됐다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철거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기업 등의 입장에선 당연히 효용성이 중요하겠으나 이젠 팝업스토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자원순환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이전에 비해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에서도 팝업스토어로 인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한 번 사용한 팝업스토어에서 뜯어낸 자재들을 다른 팝업에 다시 활용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순환형 팝업스토어 모델’을 확대하고, 과도하게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선 규제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팝업사이클링 |
‘팝업스토어(Pop-up store)’와 ‘업사이클링(Upcycling)’이 합쳐진 신조어.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재활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버려지는 물건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팝업사이클링 역시 팝업스토어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국내에 팝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한 퍼니준 작가는 한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스토어 자재를 이용한 설치미술전 ‘포레스트(foRRest)’를 개최했다. |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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