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문화부 차장 ‘풍요 속의 빈곤.’ 요즘 한국 어린이 문학의 형편이 이렇다. 해외에서는 ‘K아동문학’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아동문학 시장 경기는 생각만큼 좋지 않아서다. 그림책은 일찌감치 볼로냐 라가치상 등 유수의 해외 아동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동화 분야에서도 이금이 작가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대외 주목도가 높아졌다. 그런데도 아동문학을 둘러싼 국내의 관심과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출판 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고질적인 문제가 보인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올해 5월 발표한 지난해 한국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신간 발행 종수는 6만4991종으로 전년보다 1%가량 늘었다. 발행부수, 출판사 수도 소폭 증가해 전체적으로는 업황이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신간 종수와 발행 부수가 각각 94.9%, 30.2%로 대폭 늘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분야는 학습 참고서였다. 다른 일반 문학·교양 부문과 함께 아동 서적 부문은 오히려 부진했다. 2020년을 100으로 놓고 비교해 보면, 지난해 발행 부수는 학습참고서를 제외하고 대부분 감소했다. 아동 출판 역시 73.1로 부진했다. 입시 경쟁에 치우치면서 책 읽기가 뒷전으로 밀려난 탓이다. 그 대신 서점가를 휩쓰는 것은 주로 지식재산권(IP) 기반의 학습만화 시리즈들이다. 영상 콘텐츠 범람으로 책을 덜 읽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는 해도, 아동 출판 자체가 만화 중심으로 재편된 건 한국적인 현상이라는 게 출판계의 우려 섞인 진단이다. 그나마 일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아동문학 작품은 대부분 일선 초등학교의 ‘온 책 읽기’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테디셀러들이다. 학교에서 다 함께 책 한 권을 읽자는 취지는 좋지만, 이런 프로그램에서 다루기 좋은 특정한 책이 반복적으로 채택되다 보면 창작 생태계의 역동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동문학의 위축은 단지 문해력 위기나 출판시장 침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게 할 것인가는 미래의 독서공동체와 문화적 기반을 어떻게 꾸려 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동문학 작가들은 어린이 문학이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첫 관문”이 돼 준다고 말한다. 비슷한 환경에 갇혀 지내기 쉬운 아이들에게 책은 세상과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K컬처의 저력 역시 결국은 이런 경험과 상상력에서 나온다. 최근 발표된 내년도 정부 예산...
[광화문에서/박선희]풍요 속 빈곤 ‘K아동문학’… 미래 독자 위해 투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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