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규진]연합훈련 일방 축소가 드리운 ‘패싱’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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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진 정치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문제에 대해 표출하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 2018년 남북 정상이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9·19 평양공동선언 발표 이틀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한 한국에 대한 북-미 정상의 속내는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 회고록에도 등장한다. 볼턴은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길 원했다. 김정은 역시 문 대통령이 곁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게 확실했다”고 썼다. 이재명 정부가 ‘페이스메이커론’을 꺼내 든 건 남북 관계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풀 수 없다는 현실과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이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로 귀결되는 과정 전반을 되짚은 결과다. 정보당국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키워드는 너무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으면서 피스메이커(미국)의 페이스를 지원하고 우리의 공간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북-미 대화만 된다면 한국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괜찮다는 논리지만 현 정세는 녹록지 않다. 하노이 회담 결렬로 한국의 중재 역할에 대한 불신이 커진 북한은 향후 북-미 대화에서 자신들이 제1주적으로 규정한 한국의 배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할 공산이 크다. 과거보다 몸값이 높아진 김 위원장의 이런 태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용인한다면 의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전략을 택한 한국이 정작 관여할 명분과 공간까지 잃는 페이스메이커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는 이런 상황의 예고편일 수 있다. 한반도 대비 태세와 직결된 결정이 한국과 조율 없이 발표된 것. 물론 이 대통령이 지지를 표했지만 앞으로 북-미가 예상하지 못한 속도와 방향으로 달릴 때 페이스메이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더 우려스러운 건 통상과 안보 현안으로 삐걱대는 한미 관계가 긴밀한 대북 공조를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사전 소통이 있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지만 정부는 관련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미 대화를 ‘트럼프 어젠다’로 보고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아 왔던 트럼프 행정부의 소통 방식은 실제 대화 국면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선 벌써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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