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72년 만에 부활한 미국 여자프로야구(WPBL)가 정규시즌을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 무대에서 한국 선수 3명이 활약하고 있다. 그중 한국 여자야구의 간판 김라경(뉴욕 하이츠)은 정규리그 첫 공을 던지며 주목받았다. 김라경은 리틀야구단 시절 이미 시속 100km의 강속구를 던졌다. 일찌감치 야구 천재로 불렸지만 장래 희망란에는 선뜻 ‘야구 선수’라고 적지 못했다. 여성이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에 닿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출한 재능에도 그는 마음 놓고 운동하지 못했다. 여성 선수의 리틀야구 출전 연령이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으로 연장됐지만 그 뒤로는 길이 막혔다. 여성을 위한 대학팀도, 실업팀도 없었다. 남학생들이 중고교를 거쳐 프로로 갈 때 그는 궁여지책을 마련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 대학팀에서 뛰기 위해 서울대를 목표로 주경야독했고, 홀로 동분서주한 끝에 일본 실업팀에 입단했다. 프로야구는 1000만 관중 시대를 맞았다. 관중석 절반 이상은 2030 여성이다. 글러브를 쥐는 소녀들도 늘었다. 국제무대에서도 값진 결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은 2026 여자야구 월드컵에서 세계 4위 멕시코를 꺾었다. 하지만 여자야구 선수라는 진로는 여전히 막혀 있다.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외에 여자야구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곳은 전무하다. 여자야구 리그는 불가능한 꿈일까. 당장 8개, 10개 구단을 갖춘 리그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 WPBL의 전략을 뜯어보면 참고할 부분이 보인다. 미국도 1954년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AAGPBL) 해체 이후 리그 부활이 지지부진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걸림돌이 많았지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초 여성 코치 저스틴 시걸과 사업가 키스 스타인은 우직하게 움직였다. MLB 팬의 46%가 여성이라는 데이터와 여자프로농구(WNBA)의 흥행을 동력 삼아 여론을 환기하고 지지 세력을 모았다. 2024년 WPBL을 공동 설립한 이들은 과거 여성 스포츠 리그의 실패 원인부터 파고들었다. 막대한 이동 경비와 대관료가 문제였다. 안정적 운영을 위해 작지만 단단한 판을 짰다.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4개 대도시를 연고지로 삼아 상징성을 챙기되 첫 시즌 모든 경기는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단일 구장에 모여 치렀다. 집중 토너먼트로 이동 경비를 없앤 ‘허브 모...
[광화문에서/이설]김라경의 성공이 묻는 한국 여자 야구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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