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종엽]AI로 되살아난 손오공… 괄목상대해야 할 ‘중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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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문화부 차장 고백하건대, 기자의 마음속엔 꽤 오랫동안 한한령(限韓令)이 아니라 한한령(限漢令)이 있었다. 누가 뭘 보지 말라고 금지한 건 아니지만, 중국의 드라마(중드) 등 대중문화 콘텐츠는 유치하거나 만듦새가 조악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다 올 초 한국 영화 ‘만약에 우리’를 보게 됐다. 현실의 벽 앞에서 헤어졌던 젊은 연인들이 10년이 지난 뒤 우연히 마주치는 이야기다. 꽤 괜찮은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중국 영화가 원작이라는 게 아닌가. 그렇게 찾아본 원작 ‘먼 훗날 우리’(2018년)가 ‘한한령 균열’의 시작이었다. 원작의 바닥이 더 깊은 느낌이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청춘의 막막함과 갑갑한 현실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고, 그 덕에 어긋나는 등장인물의 운명도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적극 홍보하지 않아서 그렇지, 중국 원작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도 이미 적지 않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본 ‘사조영웅전 2024’(텐센트 비디오)는 남은 편견마저 무너뜨렸다. 우리에겐 ‘영웅문’ 3부작으로 익숙한 진융(金庸·김용)의 무협소설은 ‘뻑 하면’ 중화권에서 리메이크된다. 드라마로 제작된 것만 각 부마다 10개 안팎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사람이 인형 탈을 쓰고 작중의 거대한 새를 연기했던 1990년대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20년 전인 2006년 ‘신조협려’(충칭TV) 때까지만 해도 컴퓨터그래픽(CG)은 실소를 참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작품은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특히 프리퀄 격인 ‘사조영웅전: 화산논검’은 등장인물들의 원작에는 없는 전사(前史)를 매끄럽게 지어내 오랜 팬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첨단 기술을 누구보다 앞서 적용하는 것도 ‘중드’다. 지난달 31일부터 중국 망고TV와 후난위성TV에서 방영 중인 ‘후서유기(后西游记)’(30부작, 회당 40분)는 중국 최초의 AI 장편 드라마다. 숏폼과 온라인 드라마에 머물렀던 AI가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것이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시댄스(Seedance) 등을 통해 배우 없이 전면 AI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제작비가 실사 촬영이나 통상의 3D CG 애니메이션에 비해 10분의 1 정도라고 한다. 휴머노이드 등이 사람을 어설프게 닮으면 오히려 보기 불편해진다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문제는 원숭이 등이 주인공인 고전을 택하면서 가뿐히 건너뛰었다. 제천대성(손오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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