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정부가 ‘건강 인센티브’ 제도 구상에 나섰다. 운동 등으로 만성질환을 미리 관리해 건강지표상 성과를 내면 현금이나 포인트와 같은 보상을 제공해 질병을 예방하고 궁극적으론 의료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이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하고 2033년에는 준비금마저 소진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건강보험 재정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중 재정구조혁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건강 인센티브제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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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
재정구조혁신TF 발족해 제도 구상
22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실무선에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소 운동이나 식습관을 개선하며 질병을 예방하고 병원 진료를 통해 건강을 적극 관리하면 현금이나 포인트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건강 인센티브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는 구상단계에 있으며 재정구조혁신TF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구 부총리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건강보험 준비금 소진과 관련해 “제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사전적으로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해서 건강 지표가 좋아질 때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로, 이렇게 하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노력은 적고 보장성 확대하면 문제가 생긴다”라고 했다.
구 부총리가 언급한 건강 인센티브제도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시범사업 중인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도’(건강실천제)와 결은 같지만 별개의 사업이 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하는 건강실천제를 포괄하거나 별도의 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건강실천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1년 7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으로, 국민의 건강관리를 위해 자발적인 건강생활실천 활동에 대해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예방형(일반 건강검진결과 건강위험군)과 관리형(고혈압, 당뇨병 환자 등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등록된 환자)을 대상으로 하며, 연간 최대 10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적립 포인트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전국의 의원급 병원에서 쓸 수 있다.
건강보험료 차감도 인센티브 활용 검토
기재부가 추진 중인 사업은 현금이나 포인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차감을 인센티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를 보면 질병에 대한 예방적 활동에도 보험급여를 실시하게끔 명시돼 있다.
관건은 인센티브 규모다.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낼 수 있는 적정선을 찾는 것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질병 예방이 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위해 인센티브를 얼마나 줘야 하는지에 있는데, 이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건강생활실천 제고 방안 연구’(2021년 12월)에 따르면, 건강 목표 달성 시 제공할 연간 인센티브의 적정 규모를 묻는 전문가 조사에서 평균 24만 8550원이 제시됐다. 인센티브 방식은 현금성 지급과 건강보험료 차감 중 선택하도록 하고, 연간 최대 한도는 경제성 평가나 국민 인식 조사를 통해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일본의 경우 일명 ‘웰니스 포인트제’를 지난 2014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6개 지역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행했는데, 건강증진과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의료비의 경우 60대는 1인당 4만 3000엔(한화 약 40만 4000원), 70대 이상은 9만 7000엔(91만 1000원)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다면 건강 인센티브제에 더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함명일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오는 2033년 건강보험 준비금이 다 소진될 때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면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경제가 급성장하거나 생산인구가 늘면 보험료를 올리지 않아도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부터 보험료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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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