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불확실성 더욱 커지면서
주가-환율 ‘디커플링’ 현상 강해져
佛-英 재정불안에 강달러 움직임
미국 증시 투자 늘어난 것도 영향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4.9원 오른 1398.5원으로 출발해 장중 1399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로 전거래일 대비 1원 내린 1392.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4800억 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두고 달러 약세에 대비해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달 1∼22일 코스피를 7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증시를 순매수하면 원-달러 환율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이 코스피를 1조 원 넘게 순매수한 10일, 12일, 16일은 코스피가 1% 넘게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3∼10.1원까지 하락했다. 17일에는 1370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다시 1390원대로 뛰어오른 상태다.외국인의 순매수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지 않고 1390원대로 오른 것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럽 재정 불안에 따른 달러 강세의 영향이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로 프랑스가 두 차례에 걸쳐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영국의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며 유로와 파운드가 약세를 보인 탓에 달러가 상대적 강세 움직임을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6일 이후 강세를 이어오고 있다.
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를 늘리면서 달러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도 영향을 줬다.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19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6억2436만 달러(약 2조2600억 원) 순매수했다. 이는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이며 7, 8월 합산 순매수 규모보다도 크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는 것도 원-달러 환율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 여러 자산을 활용하더라도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려면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기업과 투자자들의 미국 투자 증가가 계속되는 한 원-달러 환율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금융·외환시장의 글로벌 충격이 다른 주요국 대비 특히 취약하다는 조사도 나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17개 국가 가운데 금융·외환시장 심도(깊이)가 16위였다. 글로벌 충격이 나타났을 때 환율과 금리 스프레드가 더 큰 폭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반면 일본의 금융·외환시장은 글로벌 충격을 받았을 때 오히려 안전한 시장으로 여겨졌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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