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먹거리 가격이 상승세가 거세지면서 물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업계가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잇따라 올리며 가공식품·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다. 6월 대통령 선거 전 정국 혼란을 틈타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일 및 채소 가격은 그나마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형 산불에 냉해 피해 사례도 속출하면서 하반기에는 사과·배 가격이 또 급등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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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치킨 가맹점에서 점주가 치킨을 튀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4월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3.2%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2.1%)를 크게 웃돌았다. 작년 3월(3.4%)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가공식품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 폭은 5개월째 늘고 있으며, 지난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올해 초부터 식품·외식 업계가 원가 상승, 고환율,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출고가를 인상한 영향이다. 정부 리더십 공백, 탄핵 정국 장기화 등 정국 혼란도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 보면 외식 물가 39개 품목 중 5% 이상 오른 품목의 개수는 6개로, 작년 10월(27개) 이후 반년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도시락(8.4%) △햄버거(6.6%) △떡볶이(5.4%)△치킨(5.3%) △자장면(5.1%) 등 대표적 서민 먹거리로 꼽히는 음식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가공식품 역시 전체 73개 항목 중 10개 품목이 10% 이상 상승했다. △오징어채(46.9%)△초콜릿(21.2%)△김치(20.7%)△양념소스(16.9%) △시리얼(14.1%)△라면(5.1%) △빵(6.4%) 등이 크게 상승했다.
국제식량가격 4개째 상승세…국정 공백도 변수
문제는 국제 식량가격 등 가격 인상 압력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0% 올랐다. 식량지수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대선을 앞두고 물가 관리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의 사퇴도 변수다. 그간 정부에서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식품업계에 물가 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며 물가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들어서만 3차례 넘게 식품기업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리더십 부재 속 부총리의 사퇴로 물가 관리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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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정훈 기자) |
실제 올해만 식품·외식 기업 약 40곳이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날 빙그레는 요플레, 닥터캡슐 등 발효유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달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발효유 가격까지 올린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업계에 원가 상승 요인이 없다면 최대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원가 인하를 위한 정부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배 냉해피해 70% 급증…‘金과일’ 재현 우려
사과·배 등 과일 가격도 안심할 수 없다. 올해 사과 재배면적은 농가 고령화 및 경영비 상승에 대규모 산불피해까지 덮치며 1년 전보다 1.7%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평년과 비교하면 3.1%가 줄어든 규모다.
개화시기인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이상 저온으로 냉해 피해도 큰 상황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냉해 피해가 적거나 없는 사과 농가의 비중은 38.1%에 불과했다. 배 역시 지난해보다 저온피해가 많다는 농가가 72.3%로 높게 나타났다.
앞서 지난 2023년 냉해 피해로 사과 ·배 생산량이 액 30%가량 급감하자 이들 가격은 같은 해 하반기부터 이듬해 8월 햇과일이 나오기까지 반년 넘게 2배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다만 농경연은 사과·배 등의 저장량이 충분하고, 수정률 등이 높아 가격 추이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개화기 수정률이 높아 현재로서는 생산 차질 우려가 크지 않다”며 “생산량은 기상여건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 영향은 6월 중 착과량 조사 등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