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 '델마와 루이스'…극장가는 여전히 명작으로 '시간여행'

6 days ago 2

영화 '그을린 사랑' 스틸. 티캐스트 제공

영화 '그을린 사랑' 스틸. 티캐스트 제공

극장에 오래된 명작들의 포스터가 붙는 모습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4K 고화질 리마스터링을 거쳐 스크린에 다시 걸린 고전 영화의 재개봉은 흥행 부진과 투자 경색, 신작 부재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진 한국 영화시장의 느려진 맥박을 뛰게 하는 인공호흡기 역할을 하고 있다.

검증된 영화적 완성도에 더해 때깔까지 고와진 ‘선명한 클래식’은 “볼만한 영화가 없다”며 등을 돌린 관객들마저 극장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타셈 싱 감독의 ‘더폴: 디렉터스 컷’이 대표적이다. 2006년 국내 개봉한 이 작품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재개봉해 3개월간 누적 관객 18만 명을 돌파하는 흥행 역주행을 보여줬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희생’(1986),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세 가지 색’ 트릴로지(삼부작), 오시마 나기사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등도 ‘씨네필’의 눈길을 끈 재개봉 명작이다.

이렇다 할 흥행작이 보이지 않는 올해도 극장과 배급사들의 히든카드는 수준 높은 고전의 재개봉이다. 무더운 여름철을 앞두고 가장 눈여겨 볼 작품은 오는 25일 개봉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0년 작인 ‘그을린 사랑’이다. ‘듄’ 시리즈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등을 연출해 할리우드 거장 반열에 오른 빌뇌브 감독의 재능을 영화계에 알린 작품으로 잘 알려진 영화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스틸. CG CGV 제공

영화 '델마와 루이스' 스틸. CG CGV 제공

‘그을린 사랑’은 레바논 태생의 캐나다 극작가 와즈디 무아와드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빌뇌브가 직접 시나리오부터 연출을 맡아 선보인 영화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남긴 유언장 속의 단서를 들고 숨겨진 비밀을 찾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고향인 중동으로 떠나는 두 남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언뜻 보기엔 특별한 것 없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몰입도 높은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역사적 비극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메시지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플래시백 등 빌뇌브식 연출의 시발점이 되는 작품이라 흥미를 끈다. 2011년 국내 개봉했을 당시에도 14개 관에서 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의 연장선처럼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격하게 대립하던 1970~1980년대 중동 지역이 배경이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참상이 여전하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높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델마와 루이스’(1991)도 다음 달 재개봉하며 34년 만에 국내 관객과 만난다. ‘델마와 루이스’는 평범한 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식당 웨이트리스 루이스(수잔 서랜든)가 미국 남서부를 필사적으로 질주하는 여정을 그렸다. 1991년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 한스 짐머의 음악, 갓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브래드 피트 등 볼거리도 상당하다. 전정현 CGV 콘텐츠운영팀장은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려 여성 서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상징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스틸. NEW 제공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스틸. NEW 제공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40주년을 기념해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오는 25일 극장에 다시 걸린다. 애니메이터로 부침을 겪던 미야자키 감독이 과감하게 만화로 판을 옮겨 10년 넘게 연재한 작품으로, 직접 연출을 맡아 영화로 완성했다. 대중적 선호를 따지는 대신 본인의 취향과 철학을 담은 작품으로, ‘모노노케 히메’ 등 지브리 세계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반기에도 리마스터링 재개봉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모습은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비축됐던 창고영화들이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며 대부분 개봉했고, 자금난으로 신작 투자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재개봉 영화는 이미 판권을 보유하고 있어 비용부담이 적은 데다, 두터운 팬층도 확보하고 있어 마케팅 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자금이 돌지 않는 현 시장 상황에서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과거 극장에서 본 명작의 향수에 이끌린 중장년층부터 TV로만 봤던 작품을 극장에서 보는 경험이 가능한 젊은세대까지 두루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