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탄소중립 해법 모색…한국형 탄소 데이터 플랫폼 추진[연중기획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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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왔다. 기업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실행 가능한 ESG전략 수립과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형 탄소 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 용역을 수행하며 기업의 의견을 널리 청취하고 있다.

[한경ESG] 기업, 지속가능경영을 말하다 ② 대한상공회의소

기업, 탄소중립 해법 모색…한국형 탄소 데이터 플랫폼 추진[연중기획②]

(위) ‘2025 대한상의 ESG 경영 컨퍼런스’에서 최인진 보스틴컨설팅그룹(BCG) 한국사무소 대표파트너, 오정희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대표변호사,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 임성택 법무법인(유) 지평 대표변호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신문DB

(위) ‘2025 대한상의 ESG 경영 컨퍼런스’에서 최인진 보스틴컨설팅그룹(BCG) 한국사무소 대표파트너, 오정희 법무법인 티와이로이어스 대표변호사,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 임성택 법무법인(유) 지평 대표변호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신문DB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규제는 늘어나는데 실질적 대응 역량은 부족하다는 것이 많은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며, ESG 전환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141년을 이어온 법정 민간 경제 단체로, 우리나라 경제 단체 중 역사가 가장 길다. 전국 73개 지역상공회의소와 20여만 개 회원사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 민간 경제 단체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기업을 포함해 대기업 대부분이 가입했지만 중소기업 회원도 많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왔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은 지난 2003년에 설립했다. 엑손모빌의 알래스카 유조선 침몰 사건 이후 환경 이슈가 대두되면서 단순히 기업의 외부 효과로만 보던 환경·사회문제가 점차 기업경영 존립을 뒤흔들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2021년 최태원 상의회장 취임 이후 대한상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및 통상 규제, 에너지 등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한 조직을 더욱 확대했다. 지속가능경영원 산하에는 ESG경영팀, 탄소중립팀, 그린에너지센터, 탄소감축인증센터 등 6개 조직이 있다.

지속가능경영원은 현장 중심으로 기업이 필요한 부분의 지원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각 부처들과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는 유엔 기후변화총회(COP)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같은 국제 이니셔티브에도 참여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 탄소중립 해법 모색…한국형 탄소 데이터 플랫폼 추진[연중기획②]

기업, 탄소중립 해법 모색…한국형 탄소 데이터 플랫폼 추진[연중기획②]

제7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왼쪽)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제7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왼쪽)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현장 중심의 실행 가능한 ESG 지향

기업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실행 가능한 ESG 전략과 탄소중립 대응이다. 이에 대한상의는 탄소중립 실천, 공급망 ESG 지원, 자연자본 공시 대응,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 등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기업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지속가능경영원 주최로 ‘2025 대한상의 ESG 경영 컨퍼런스’를 성황리에 열었다. 4월에는 CF(무탄소)연합과 함께 ‘제7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전력 소모량이 빠르게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혁신을 통해 에너지 독립을 이루면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경제 안보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공급망 탄소 관리를 돕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최근 대한상의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디지털제품여권(DPP) 대응을 위한 한국형 탄소 데이터 플랫폼(가칭 한국형 DPP 플랫폼) 구축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DDP는 제품을 이루는 여러 부품의 생산 관련 정보를 담은 플랫폼으로, 온실가스배출량을 계산하고 관리하는 전과정평가(LCA) 표준에 기반한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수출기업 20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요 ESG 수출 규제(CBAM, CSRD 등)에 대한 대응 수준이 100점 만점에 평균 34점에 불과해, 많은 기업들이 규제에 준비되지 못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한국형 DPP 플랫폼 사업은 대한상의와 함께 김앤장 법률사무소, SKC&C가 컨소시엄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앤장은 제도 정책 설계를, 대한상의는 기업이 잘 참여하도록 인센티브 설계를, SK C&C는 기술적인 부분을 맡아 진행한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으면서도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하므로 다차원적으로 고민 중이다. 현재 대한상의는 주요 6개 업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IT 등 다양한 업종의 의견을 묻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한다.

또 공급망을 지원하기 위해 ESG 정보 제공을 위한 ESG 전문 포털 ‘으쓱’을 운영하며, 전국 26개 지역상의에 ‘공급망ESG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지역상의 산업 특화 ESG 아카데미 과정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공시 대응도 중요한 이슈다. 일반(S1), 기후(S2) 2가지 지속가능 공시 표준을 내놓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세 번째로 생물다양성(S3) 주제를 다룰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와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주도로 지난 3월에 ‘한국 자연자본 공시 지원연합’이 출범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에너지 환경 변화, 탄소배출권 등 올해 예정된 많은 탄소중립 이슈에 기업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센터는 기업이 탄소감축을 신고하면 이를 검증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로 발급·인증해주는 곳이다. 3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230만 톤 정도 감축 실정을 인증했다. 삼성, SK, LG, 현대차 등 4대 기업은 물론 주요 대기업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참여도 꽤 늘었다. 저전력 반도체, 탄소를 적게 발생시키는 시멘트 등 탄소저감에 기여한 기술을 인증하고 있다.

이 중 스타크테크라는 기업은 겨울철 제설제를 불가사리 골편을 섞어 만들어 탄소를 감축한 효과를 인정받아 탄소감축인증센터로부터 인증받았고, 이 인증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출까지 하게 됐다.

사회에 기여하는 신기업가정신 제안

대한상의는 지난 2022년 5월 신기업가정신(ERT)사무국을 출범했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가치를 함께 추구할 수 있도록 신기업가정신을 제안하고, 다양한 기업과 정부, 지역상의 간 협업 모델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 단체로서 기업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면, 실제로 기업 현장에 나가 필요한 것을 제안해보자는 차원의 방향성을 담았다. 신기업가정신 참여 기업은 76개로 시작해 현재 1800곳이 넘는다. 3년 차 성과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전국에 있는 상공회의소도 73곳 중 70곳이 가입되어 있고, 나머지 3곳도 머지않아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ERT 대표 프로그램인 ‘다함께 나눔 프로젝트’는 각 기업이 사회문제에 공감해 공동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중 SK, 신한은행, 이디야가 참여한 위기청소년 지원 프로젝트는 여성가족부 국정과제로 채택됐고, LG와 두산이 함께한 가족간병 지원사업 중 ‘영케어러’ 관련 내용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제도적 뒷받침을 얻게 됐다.

사회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주체가 모여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사회적가치 페스타도 지속가능경영원 산하에서 주최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했다면, 이제는 기업뿐 아니라 행정안전부 등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최영준 대한상의 ESG경영팀 연구원, 김현민 ESG경영팀장, 김예원 ESG경영팀 연구원, 이선해 ESG경영팀 과장, 권우혁 ESG경영팀 연구원,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 사진=서범세 기자

최영준 대한상의 ESG경영팀 연구원, 김현민 ESG경영팀장, 김예원 ESG경영팀 연구원, 이선해 ESG경영팀 과장, 권우혁 ESG경영팀 연구원, 조영준 지속가능경영원장. 사진=서범세 기자

기업, 탄소중립 해법 모색…한국형 탄소 데이터 플랫폼 추진[연중기획②]

[인터뷰]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탄소 데이터 플랫폼, 신뢰 중요...기업 인센티브도 고민

- 탄소 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기업의 의견은 어떤지.

“기업의 의견은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데이터의 신뢰성으로, 내가 낸 데이터가 다른 곳에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제공할 경우 기업의 기밀과 연결될 수 있다. 역추적하면 기술이나 생산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추적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인센티브다. 데이터 구축을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어떤 혜택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금리를 깎아줄 수도, 세제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다. 상의가 고려하는 것 중 하나는 탄소 데이터를 사용할 때 뭔가 금전적 혜택을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 DPP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하고, 쉬워야 하며, 교육도 짧게 해도 될 정도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플랫폼을 만들어도 쓰지 않으면 의미 없다. 또 우리나라만 갖고 있어도 의미 없다. 현재 우리 기업이 EU에 수출하려면 EU의 검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데이터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기에 국가 간 상호 협약이 이루어져야 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어야 한다.”

- 최근 ESG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주춤한 데다 유럽도 옴니버스 패키지 등으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ESG 규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뒤로 미뤄지고 대상에 변화가 있을 뿐이다. 기업 현장을 중심으로 하는데, 지금 규제도 매우 어렵다. 데이터 자체가 방대하고,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사실 지금은 열심히 100m 달리기를 하다 숨 돌리는 시기라고 본다. 그 기간에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실제로 ESG에 대한 인식이 일상에 파고들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부분이 있나.

“지난 컨퍼런스에서 서울대 트렌드코리아 연구팀 발표자 중 기후 감수성이라고 언급한 이가 있었다. 규제뿐 아니라 소비자도 기후 감수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예도 들어주었다. 예전에는 비 오는 날에만 장화를 신었는데, 이젠 비가 자주 내리니 장화가 레이니라는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에 민감해지면서 기후 자체가 하나의 아이템이 되고 있다. 소비자 취향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하나하나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컨퍼런스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이다.”

- 생물다양성도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로 가다가 이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를 중심으로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부분이 ISSB에서 세 번째(S3) 기준으로 발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하나의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굉장히 늦다. 환경부에서도 IUCN에 파견을 나갔고, 그 이슈가 곧 돌아올 것이라 매우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기준이 만들어질 때 의견이 반영되어야 우리 기업이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위에서도 ESG 공시 관련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이 발표되면 해당 내용이 추가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460개 기업이 의견을 제출했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생물다양성의 경우 금융권의 대출이나 채권 등에도 연결될 수 있는데.

“생물다양성 기준이 나오고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되면 당연히 금융권에 대해서도 자료 요청을 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우리 기업 입장에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 공급망 문제도 매우 크다.

“그렇다. 탄소감축 이슈는 대·중·소기업 각각 이슈로 안 봤으면 한다. ESG 관련 데이터도 그렇고, 가장 규제받는 것은 대기업이다. 이번 옴니버스 패키지를 보면 매출액 5000만 유로(45억 달러 이상), 우리 돈으로 500억 원 이상 기업이 대상이지만, 사실 그 기업의 공급망 전체를 건드린다. 해당 기업뿐 아니라 모기업에서 잘 대응을 할 수 있어야 공급망 전체가 안전해진다. 대기업이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국가적으로 NDC도 달성된다. 그런 이슈는 한 기업이 감당하기에 비용이 크기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 외국에서도 기업에 정책적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도 그래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만들었고, 일본도 GX라고 해서 기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제 그런 법안에 대한 관점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ESG 지원이라 해도 정부는 보통 생존하기 어려운 기업에 지원하는데, 탄소감축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직접적으로 ESG 규제는 물론 수출 규제도 받고 있고, 국가적으로 NDC에 포함된다.”

- 전환금융도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탄소를 줄이려면 전환금융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도 탄소감축을 위한 초기 단계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한 도구로는 전환금융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짚었는데, 우리나라 전환금융은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우리가 300억 원 수준이라면 일본은 약 300억 달러, 중국은 약 460억 달러로 차이가 크다. 그런데 국내 전환금융의 대부분은 중견·중소기업을 향하며, 대기업은 받을 수 없다. 사실상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볼 수 없는 만큼 이런 부분을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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