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5579억원 규모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홈플러스 경영진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법무법인 로백스(대표변호사 김기동·이동열)는 27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및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위임을 받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롯데카드 관계자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 동원한 '계열사 신용공여' 의혹
이번 고발장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지난 3월 5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지난해 12월 5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발행된 ABSTB 3419억원, CP 1160억원, 전자단기사채 720억원 등 총 5579억원 상당이 전액 미상환됐다.
특히 이번 고발은 기존 고발과 달리 2000억원 상당의 CP 피해를 전면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홈플러스의 결제 상황이 어려웠음에도 기업구매전용카드를 급격히 확대해준 롯데카드도 피고발인에 포함시켰다.
로백스 측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홈플러스 신용위험의 외주화'라고 규정했다. MBK파트너스가 2019년 롯데카드 인수 후 계열사를 동원해 홈플러스의 재무 위기를 은폐하고 손실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고발인들은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전체 인수자금 7조4000억원 중 4조3000억원을 차입매수(LBO)로 조달해 상환 부담을 홈플러스에 전가했다. 이로 인해 금융비용이 급등하고 대형마트 업황 악화까지 겹치면서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참가계약'으로 규제 회피 의혹
홈플러스는 2020년부터 현대카드, 신한카드와 기업구매전용카드 계약을 맺고 납품업체 대금을 카드로 우선 결제한 후 30~45일 후 카드사에 대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현금흐름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2022년 신용등급 하락 위기를 맞자 MBK파트너스는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동원해 새로운 기업구매전용카드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카드 이용액이 2023년 약 1264억원에서 2024년 약 7953억원으로 6배 이상 급증한 것은 비정상적인 신용공여 확대로 분석된다.
문제는 카드대금채권 유동화 과정에서 일반적인 '채권양도' 방식이 아닌 '참가계약'이라는 이례적 방식이 동원된 점이다. 현금흐름만 유동화하는 참가계약 방식으로 대부업법 및 자산유동화법상 규제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이 참가계약에는 홈플러스가 카드대금을 지급하지 못해도 신용카드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소구 조항'까지 포함돼, 카드대금채권에 대한 모든 리스크가 투자자들에게 전가됐다.
"동양CP사태서 확립된 법리...신속한 수사 필요"
홈플러스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점포·물류센터 28개를 매각해 총 4조1149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자산 매각 후 임차 점포가 68개로 늘었고 연간 임대료 부담이 약 4000억원에 달해 2023년 이후 일부 주요 점포 임대료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업구매전용카드 이용액도 2022년 5926억원에서 2024년 1조7144억원까지 3배 가까이 늘었다.
김기동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홈플러스가 이미 수년간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었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 초단기자금 조달 목적으로 ABSTB와 단기 CP를 동원했다는 점이 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도 명확히 드러나 있다"며 "법원의 회생절차와 별개로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 등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묻는 절차가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백스 측은 만기일에 결제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부도에 이르게 한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법리가 2011년 LIG건설, 2013년 동양그룹 사건 등에서 확립됐다고 주장했다. 향후 피해자가 다수 추가되면 공동소송을 통해 MBK, 홈플러스, 롯데카드 및 주요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