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예물 사려다 다퉜어요"…예비부부들 속타는 이유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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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롯데에비뉴엘 본점 까르띠에 매장 앞에 대기자들이 늘어섰다. 사진=한경DB

서울 중구 롯데에비뉴엘 본점 까르띠에 매장 앞에 대기자들이 늘어섰다. 사진=한경DB

샤넬은 대기번호 0번, 까르띠에는 30번.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 백화점의 샤넬과 까르띠에 매장 분위기는 이처럼 대조적이었다. 까르띠에는 대기자가 많아 오전에 대기표를 받아도 최소 5~6시간 기다려야 매장에 들어설 수 있었던 반면 샤넬 매장은 비교적 한산해 입장이 수월했다.

까르띠에가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어 ‘반짝 수요’가 몰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명품 소비자들이 근래 들어 주얼리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는 귀띔이다. 명품 시장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명품 주얼리 시장은 건재한 분위기다. 최근 가격 인상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도 수요가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 에비뉴엘본점 까르띠에 매장 앞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중구 에비뉴엘본점 까르띠에 매장 앞 모습. 사진=한경DB

15일 업계에 따르면 까르띠에는 전날부터 국내 제품 가격을 평균 6% 가량 인상했다. 앞서 올해 2월에도 가격을 5~6% 올린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추가 인상한 것이다. 앞서 같은 그룹의 반클리프 아펠도 지난달 25일 주요 제품 가격을 5~10%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대표 라인인 알함브라 목걸이와 브레이슬릿 등 인기 제품군이 대거 인상 품목에 포함됐다. 이 브랜드도 지난 1월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두 차례 판매가를 높였다.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쇼메 또한 오는 22일부터 국내 제품 가격을 일괄 5% 이상 인상하기로 했다. 주 드 리앙, 비 드 쇼메 등 일부 제품은 10% 이상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쇼메는 최근 국내에서 웨딩 밴드로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인 불가리 역시 다음달 중 가격을 올릴 방침이다.

명품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표면적 이유는 환율 변동과 원자재 값 인상 등이다.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지난달 환율은 달러당 1450원대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명품 업체들이 이 같은 이유를 구실로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는 게 '관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클리프 아펠 매장 전경. 사진=반클리프 아펠 홈페이지 캡처

반클리프 아펠 매장 전경. 사진=반클리프 아펠 홈페이지 캡처

실제 원부자재 값은 일부 하락한 품목도 있다. 다이아몬드의 경우 가격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 지수는 1년 새 107.2에서 95.43으로 11% 빠지며 2001년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갔다. 다이아몬드 국제 가격을 지수화한 것인데, 2001년 2월 가격을 기준(100)으로 삼는다. 다이아몬드 값이 24년 전보다 싸졌다는 얘기다. 다이아몬드 값은 2년 넘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의 10% 정도인 ‘랩 다이아몬드’로 소비자가 대거 옮겨간 영향이다.

물론 금 값은 35% 가량 오르며 주얼리 제품 인상 근거가 된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얘기다. 최근 원부자재 가격을 주얼리 가격 상승과 직접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주얼리 업체들이 국제선물시장에서 원석을 10~20년 전에 확보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명품 등 하이엔드급 업체들의 경우 원석을 선점하는 비중이 더 높다.

결국 가격 인상의 이면에는 꺾이지 않는 주얼리 수요를 인지한 브랜드들이 되레 '초고가 전략'을 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명품 소비재 분야에서도 보석은 사치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의류, 핸드백처럼 기능적 목적을 가진 품목과 달리, 주얼리는 감정적 또는 상징적 가치가 커 실질적 용도는 떨어진다. 즉 가격이나 브랜드와 관계없이 주얼리는 모든 소비재 중 가장 사치스러운 상품으로 꼽히며, 초고소득층 소비자를 노리기엔 가방이나 의류 같은 잡화보다 한층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얼리 업계 관계자는 “주얼리 시장은 전통적으로 경기 불황 속에서도 수천만원대 명품이 인기를 끄는 양극화가 가장 심한 시장 중 한 곳으로 오히려 부유층 소비욕을 자극하기에 용이하다”면서 “이를 브랜드들이 마케팅에 잘 활용하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도 주얼리를 결혼, 생일 등에 구매하기 때문에 고가에도 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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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소비 침체에도 럭셔리 주얼리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1~4월 럭셔리 주얼리·시계 성장세는 전년 동기 대비 27.1%에 달했다. 8%대인 명품 전체 성장률의 3배 이상이다. 이달 1~6일 황금연휴 기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올랐다. 특히 럭셔리 시계와 주얼리 상품 매출이 45%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주요 상권에 있는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중구 본점 1층에 반클리프아펠과 그라프 등 브랜드를 연이어 입점시켰다.

다만 예물을 찾는 일반 신혼부부들은 잇따른 가격 인상에 마음 졸이고 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박모 씨는 "원하는 제품을 가격 인상 전에 사려고 몇 번씩 오픈런 했지만 구매에 실패했다"며 "돈을 더 주더라도 원하는 제품을 살지, 아니면 예산에 맞춰 가격이 덜 오른 다른 제품을 살지 예비 신부와 상의하다가 언쟁이 벌어진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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