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김경은 박순엽 이용성 기자] 내년 주식 시장과 관련된 세제들이 줄줄이 오른다. ‘제로’ 수준이었던 코스피에는 다시 거래세가 생기고 그동안 비과세로 인정해 온 감액배당에 대해 과세하기로 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금융투자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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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거래세 높이고 비과세는 다시 과세로
3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5년 세제개편안’을 보면 내년부터 국내 주식 양도 시 증권거래세율을 현행보다 각각 0.5%포인트(p)씩 인상한다. 현행 증권거래세율은 코스피가 0%(농어촌특별세 0.15% 별도), 코스닥 시장과 비상장 주식시장 등이 0.15% 수준이다.
기재부 측은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완화했으나 금투세는 폐지됐다”며 “이에 낮춰 왔던 증권거래세율을 2023년 수준으로 환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거래세 징수액은 2020년 8조 8000억원 수준에서 2024년 4조 80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도 국내 증권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증권거래세가 1조 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 7000억원) 대비 1조 2000억원 감소했다.
기재부 측은 증권거래세율 인상으로 내년 세수는 2조 1000억원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추산했다. 이후 2030년까지는 매년 2조 3000억원어치의 세수 증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도 현행 종목당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또 그간 논란이 돼 온 감액배당에서 대해서도 과세 기준을 마련했다. 감액배당은 잉여금이 아닌 자본준비금을 재원으로 하는 배당으로, 전액 비과세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대주주 등에 한해 배당액이 주식의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관계당국은 “그간 비과세 원칙이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투자자가 주식을 취득했던 취득가액보다 배당금액이 더 커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는 조세 형평성 차원의 문제인 것이고, 일반 투자자보다는 감액배당으로 이익을 얻는 대주주들에 한정된 문제”라고 전했다.
증시 부양 기조 반대 행보
이번 세제개편안을 놓고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와 반대 행보라 국내 증시 상승 랠리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준행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거래세 환원이 세수 확보 차원에서 필요할 수 있겠으나 주식시장에 주는 심리적 영향은 크다”며 “증시 활황 분위기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낮추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시장에선 과도한 기준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4억원에 이르는 상황에 주식 10억원치를 보유했다고 해서 대주주로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연말 매도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증시는 대주주 기준일인 12월 말 2거래일 전까지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매도세가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범위 확대는 투자자로서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현실화할 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도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정으로 주주 환원을 강화하려는 선의를 가진 기업들의 의지가 약화될 수 있고, 주주 환원율이 높은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분위기가 퇴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을 낮추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상장사 중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40% 이상인 곳 또는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이 증가한 기업에 대해 과세표준 2000만원 이하인 경우 14%, 2000만 초과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3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