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통화에도 돌파구 못찾아
트럼프 중재 역할서 한발 빼
푸틴에 유리한 판 만들어질듯
젤렌스키 “미국 중재는 필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즉시 휴전협상을 시작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즉각적인 휴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등 구체적인 사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조건 논의에서 미국이 발을 뺄 것을 시사하면서 전쟁종식을 향한 돌파구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2시간(러시아 발표는 2시간 5분)에 걸친 통화가 “매우 잘 됐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과, 더 중요한 전쟁 종식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그것을 위한 조건들은 두 나라 사이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은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할, 협상의 구체적 사항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협상의 ‘디테일’에 있어서는 미국이 양국을 대변할 수 없는 만큼, 당사국들이 ‘알아서’ 합의점을 찾으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전쟁을 끝낼 경우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선물’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재앙적인 ‘대학살’이 끝나면 미국과 대규모 무역을 하고 싶어 하며 나도 동의한다”고 밝힌 뒤 “러시아에는 막대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밝혔다. 또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는 국가 재건 과정에서 무역의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즉각 휴전을 거부해온 푸틴 대통령을 사실상 지지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휴전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협상에 나서도록 촉구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이 통화 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이날 대화가 러시아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CNN은 “푸틴 대통령은 자신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대화’는 난항을 겪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와의 직접협상 재개를 제안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끼리 만나자”는 역제안은 거부했다. 지난 16일엔 양국 실무진 간 협상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렸음에도 양측이 포로를 1000명씩 교환하기로 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전세에서 유리하다고 확신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균형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불리한 여건에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SNS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의 통화 전후로 자신과 두 차례 통화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협상 과정에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제안은 정직한 평가를 받아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 미국과 유럽 대표단이 적절한 수준에서 참여해야 한다”며 “미국이 평화를 추구하는 협상에서 멀어지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럴 경우 이득을 보는 것은 푸틴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