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다섯 달 연속 2%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유가 안정 및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식품 업계들의 가격 인상 영향과 소비심리 반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 상승률 등락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하락 및 원화 강세…물가상승률 보합세”
1일 이데일리가 통계청의 ‘2025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에 앞서 국내 증권사 1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달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중간값)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전월 대비로는 0.1%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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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정훈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2%를 기록하며 작년 8월(2.0%) 이후 5개월 만에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넘은 데 이어 △2월 2.0% △3월 2.1% △4월 2.1%를 기록했다. 이번 전망대로라면 물가상승률은 다섯 달 연속 2%대를 기록하게 된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국제유가 및 환율 변동성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4월 평균 배럴당 67.74달러로 전월(72.49달러)보다 6.6% 떨어졌다.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수치다. 원·달러 환율은 3월 평균 1456.95원에서 4월 1444.31원으로 0.9% 내렸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과 원화 강세 영향으로 전월 대비 물가는 보합세가 예상된다”면서 “최근 소비심리가 반등하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소비 회복은 서서히 전개될 가능성이 커 수요 측 물가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력·가스 및 서비스 물가가 소폭 상승한 것을 제외하고 공산품 물가가는 전월 대비 하락 전환했으며, 농산물은 출하량 증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계절적으로도 5월은 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 부담이 낮은 편이나 유류세 인하 폭 축소로 제로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식품업계 등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민생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물가 안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에 식품업계가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류 가격의 하락은 물가 하락 요인이지만 4월 주요 식품 업계들의 가격 인상 영향이 잔존하고 있다”고 했다.
“연간상승률 2.0%…한은 물가목표 근방 머물 것”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달 29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9%로 유지했다. 가공식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 등의 상방 압력을 국제유가 하락과 낮은 수요 압력 등이 상쇄하며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에서 0.1% 포인트 낮춘 1.8%로 제시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향후 물가 경로는 국내외 경기 흐름, 환율 및 국제유가 움직임,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에 근접한 수준을 보이면서 연간 상승률은 2.0% 수준을 예상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수요 부진 속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안정과 원화 강세 여파로 올해 물가 상승률은 2%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까지 대체로 한은 물가목표 근방에 머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정부의 내수 부양책 시행과 하반기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미 관세정책 여파 등은 물가에 상승 압력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상방과 하방 모두 제한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물가상승률은 2% 내외서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